詩 쓰는 버스 운전사의 세상 관찰
마니아 많은 짐 자무시 감독 작품
아카데미가 놓친 명작 탄식 들어
#태그: #짐자무시 #일상 #심플라이프 #버스드라이버
#호불호: 소소하지만 평온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줄거리: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간다.
신년 극장가에는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이 줄을 잇지만 놓치기 아까운 명작들도 숨어 있다. 이들 중에서도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은 조용하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운 영화다. 이 작품은 인터넷 평점 포털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6%의 신선도를 기록하며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고, 아카데미 어워즈가 놓친 명작이라는 탄식을 듣고 있다.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의 패터슨이라는 도시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그의 일상은 보통의 버스 드라이버들이 그러하듯 평범하다. 다만, 패터슨은 시를 쓴다. 그는 매일 아침 알람 없이 눈을 뜨고 잠들어 있는 사랑하는 아내 로라(골시프테 파라하니)에게 입 맞추고 간밤에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고 걸어서 출근한다. 도보로 출근하는 동안 시상을 구상하고 동료가 올 때까지 운전석에 앉아 메모해둔다. 23번 버스를 운전하는 동안 귀에 흘러드는 승객들의 대화와 거리 풍경이 그의 마음에 심상으로 쌓이고 점심때면 도시락을 먹으며 시를 쓴다. 퇴근하면 다정한 아내 로라와 저녁을 먹으며 로라의 하루가 어땠는지 들어주고 반려견 마빈과 산책하러 나가 동네 바에서 맥주잔을 들며 하루를 마감한다. 이처럼 패터슨이 독립적이고 정돈된 심플라이프를 실현하는 데에는 핸드폰도 쓰지 않고 걸어다닌다는 점이 도움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엇비슷한 일과를 몇 차례 보낸다. 그러다 주말에는 이례적 일이 일어나고 패터슨은 잠시 사건의 여파 속에 가라앉아 있다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조용히 회복한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다시 패턴이 반복된다. 디테일이나 샷 구성은 조금씩 변주된다 해도 이쯤 되면 관객은 어렵지 않게 패터슨의 리듬에 동화된다. 기상, 산책, 드라이빙, 식사와 같은 정해진 일상이 운율이 되고 크고 작은 사건이 영감을 준다.
패터슨이 접하는 사건들은 철저히 수동적이다. 패터슨은 관찰자로서 모든 것을 체득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찰할 뿐이다. 패터슨 역의 애덤 드라이버는 액션을 취하는 대신 오롯이 리액션으로 인물을 구현해낸다. 요컨대 패터슨은 외부로부터의 액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내밀한 세계는 묵묵히 지키는 조용한 관찰자이다. 덕분에 관객은 삶 자체가 예술이 되는 순간을 여과 없이 즐길 수 있다.
짐 자무시는 이처럼 평범한 시인 겸 드라이버의 일상을 명상적인 필치로 조명하며 삶 자체가 예술이 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밝혀낸다. 짐 자무시 감독은 도통 영화가 될 것 같지 않은 소재와 인물에 주목한다. 첫 번째 장편 영화 '천국보다 낯선'은 별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어디론가 떠나는 젊은이들의 로드무비였으며, '데드맨'은 총에 맞고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인서트로 잠깐 나올 풍경 컷이 플롯이 되는가 하면 커피를 마시는 동안 벌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수다가 영화 한 편이 된다. 짐 자무시는 세련되고 영화적인 미장센을 추구하면서도 블루칼라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친화적이다. 그리고 인물의 행동 결과는 세상으로부터 인정으로부터 자유롭다. 애초부터 남다른 잠재성을 타고난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닐뿐더러 목표를 위해 인내를 감내하거나 사회적 갈등에 부딪히는 일도 없다. 짐 자무시의 영화관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나 자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숭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패터슨'은 현실의 잦은 바람 속에서 나의 고요를 지키는 사람의 이야기로 소박한 일상이 감동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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