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우리는 충격적인 사건을 접했다. 아무리 컴퓨터 기술이 발달해도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바둑만은 당분간 안 될 것이라고 하는 생각은 알파고에 의해 불과 며칠 만에 무참히 깨어지고, 이로 인해 이미 거세게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3D프린트, 빅데이터, 로봇,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도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건 아닐까?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대폭 확대하게 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영국의 경제학자 T.R.Malthus가 주장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생존자원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말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학창시절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했었는데, 당시 30억 명이던 세계 인구가 지금 70억 명이 넘었지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물론 식량자원의 지역별 불균형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품종 개량,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증산된 지금의 생존자원은 분배만 잘 이루어진다면 전 인류를 존속시키기에 충분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회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상실의 시대이며 1등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유럽이 300년 걸려 이룩한 산업화를 불과 30년 만에 따라잡는데 우리 교육의 힘이 컸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따라만 가서는 망한다. 한 부문이라도 앞서가야 한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는 아무리 빨라도 2등밖에 안 된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야만 하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따라잡기 위한 '5지선다형 객관식 문제풀이'와 암기식 '밑줄 쫙' 교육만 하고 있다. 심지어 수능시험조차 EBS 연계 출제로 인해 암기에 몰두하게 한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달로 공존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내신 상대평가와 수능 등급제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를 적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
미래 학자들은 20대 80 사회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정보와 기술을 가진 20%의 사람이 재화의 80%를 장악하고 나머지 80%가 20%의 재화를 가지고 다투게 된다는 말이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서서히 몰락한다는 말인데,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 이후 급격하게 그길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처럼 50조원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사람이 만약 그것을 움켜쥐고 자신만을 위한 소비와 향략에 몰두한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될까? 결핍의 삶을 사는 80%의 사람들이 '팔자 탓'만 하며 이 상황을 수용할 수 있을까? '사흘 굶어 도적질 안 하는 사람 없다는 말'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지나치게 불평등한 사회는 폭동이 일어나서 공멸할지도 모른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우리 아이들을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제대로 길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퍼스트 무버가 되게 해야 한다. 더불어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우분트(UBUNTU'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정신을 가르쳐, 동세대 아이들은 내가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같이 누려야 하는 동료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달은 공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화를 제공해 줄 것이니, 이제는 그야말로 배워서 남과 나눌 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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