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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달성습지 보전하겠다며 모래 매립해 생태계 훼손한 대구시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의 국내 최대 산란지로 이름난 달성습지 일부를 대구시가 모래로 덮어버려 논란을 빚고 있다. 더구나 다른 공사도 아니라 생태계 복원 사업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황당하다.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층 조사와 섬세한 시공이 필수적인 생태계 복원 사업마저 토목공사식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에 대구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습지가 식생 및 생태의 보고가 될 수 있는 것은 땅이 항상 물에 젖어 있어서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대구시건설본부는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탐방로와 생태학습관 등을 만들면서 달성습지 내 폐쇄형 습지 일부에 모래를 매립해 인공언덕을 조성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설계도면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며 모래를 덮은 지역이 폐쇄형 습지라는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설계부터가 잘못됐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서구 호림동'달성군 화원읍 일대 17만5천㎡ 규모의 습지대로, 대구시 지정 습지 및 야생 동'식물 보호구역이다. 맹꽁이 국내 최대 산란지로도 유명해 대명천 유수지에서 번식한 맹꽁이 수만 마리가 매년 장마철이 되면 알을 낳으려고 이곳으로 오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습지를 모래로 덮겠다는 발상 자체는 생태계를 파괴하겠다고 나선 것과 진배없다.

대구시는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 성서~지천 구간이 달성습지 맹꽁이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5년 이 도로를 우회 건설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생태계 보고로서 맹꽁이 산란지의 가치를 시 당국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셈인데 정작 달성습지 보전 및 복원 사업에서는 폐쇄형 습지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공사를 벌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달성습지는 293종의 식물과 71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종은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야생동물일 정도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달성 습지 일부를 덮은 모래언덕은 마땅히 걷어내야 한다. 습지 보전 및 복원 사업 또한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섬세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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