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달음 시스템 10건 중 8건 '헛걸음'

수화기만 들면 자동 경찰 신고…실수로 건드렸다가 긴급 출동

대구 동구의 한 편의점 계산대 내부에 있는 전화기, 한달음 시스템이 적용돼 7초간만 수화기를 들고 있으면 경찰에 자동신고가 가능하다.
대구 동구의 한 편의점 계산대 내부에 있는 전화기, 한달음 시스템이 적용돼 7초간만 수화기를 들고 있으면 경찰에 자동신고가 가능하다.

대구 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홍성은(20'여) 씨는 얼마 전 편의점으로 출동한 경찰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청소 도중 실수로 계산대 아래에 있는 전화기를 건드린 게 화근이었다. 홍 씨가 수화기를 든 시간은 10초 남짓이었지만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가 됐고, 긴급상황으로 판단한 경찰이 즉각 출동한 것이다. 홍 씨는 "수화기를 들면 자동으로 신고가 되는지 몰랐다"며 "괜한 수고를 끼쳐 드려서 죄송했다"고 했다.

대구경찰청이 10여 년 전에 도입한 '한달음 시스템'이 오신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누구나 손쉽게 신고할 수 있지만, 실제 신고된 10건 중 8건이 실수에 따른 오인 신고인 탓이다.

한달음 시스템은 편의점'약국'병원 응급실 등 밤에 범죄나 사고 발생 우려가 큰 장소에 설치된 무다이얼링 신고체계다. 112를 누를 필요 없이 수화기를 전화기에서 들면 7초 뒤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된다.

문제는 위급한 상황과 오인 신고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한달음 시스템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9천300여 건의 신고 가운데 84%인 7천880건이 사용자의 실수나 오인 신고였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 지난해 한달음 시스템에 접수된 신고는 596건이었지만 범인 검거는 7.2%인 43건에 그쳤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력 낭비'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 한 지구대 경찰관은 "급한 마음에 출동했는데 단순 실수로 인한 신고면 허탈하다. 정작 촌각을 다투는 사고 출동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달음 시스템의 틀은 유지하되, 작동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대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달음 시스템을 통해 범인이 검거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다소 실수가 있더라도 범죄 예방 차원에서 필요하다"면서 "신고 접수 시간을 7초보다 길게 설정하거나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 특정 단어를 말하면 신고가 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처음 도입했던 당시에 비하면 오신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고요령과 사용법 스티커를 배부하는 등 적극 홍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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