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뭄에 목마른 대구경북] "이번같이 비 구경 못한 것은 살아생전에 처음"

운문댐 수문에서 바라본 취수구. 가까이 보이는 것이 청도, 멀리 보이는 것이 대구 취수구다. 청도 취수구에서 노란색 눈금 한참 아래에 수면이 닿아 있다. 노진규 기자
운문댐 수문에서 바라본 취수구. 가까이 보이는 것이 청도, 멀리 보이는 것이 대구 취수구다. 청도 취수구에서 노란색 눈금 한참 아래에 수면이 닿아 있다. 노진규 기자

"살다 살다 이렇게 비가 안 오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차디찬 맑은 물이 넘쳐야할 청도 운문댐이 가뭄으로 바짝바짝 마르고 있다.

5일 찾아가 본 운문댐은 수문 부근에서도 물이 차 있어야 할 부분이 속속 드러나고 있었다. 수문 부근 2개의 취수구 가운데 멀리 보이는 대구지역 취수구는 금방이라도 최저수위에 도달할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수문 가까운 쪽 청도지역 취수구에 수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표시해둔(목자판) 눈금 한참 아래쪽에 수면이 닿아 있다. 취수구 목자판은 원래 흰 눈금만 있었으나 그 아래 135~130m까지 노란눈금을 지난해 여름 추가로 설치했다. 하지만 댐 수위는 이마저도 훨씬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유역면적 301㎢, 총저수량 1억3천500만t을 채울 수 있는 운문댐이 가뭄으로 속살이 드러날 지경이다. 운문댐은 경주 산내와 운문 방향 두 갈래로 길게 이어진다. 차를 달려 청도군 운문댐관리사무소 위쪽에서 댐으로 들어가니 잡풀과 억새만 무성하다. 허가받은 어부들이 배를 묶어두던 곳인데 배는 치워지고 없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수몰 전 순지리 자연부락(오항마을)의 마을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마을은 수몰 전 30~40호 정도였다고 한다. 마을 입구의 수호목으로 추정되는 큰 나무, 시멘트 블록 등 집터 흔적, 연탄재더미, 이웃 간 경계수목 등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지금의 운문면 방향 도로가 생기기 전 예전 운문사로 가기 위해 이용하던 2차로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도로 밑 배수구까지 보였다. 운문면 관계자는 "수몰 당시 집과 폐기물들은 모두 철거했지만 마을 수호목 등 나무와 도로 등은 그대로 잠겼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 마을 맞은편 산의 바위 절개 사면은 이곳에 물이 차던 곳과의 경계지점을 층층이 구분해 보여주고 있다. 한때 물속에 잠겨 있었을 바닥의 바위와 자갈도 그대로 드러나는가 하면 이름 모를 잡풀들이 누르스름하게 보였다.

운문댐 상수원 보호구역 상류 쪽으로 달려보니 물이 가득 찬 운문호를 바라보던 호젓한 드라이브길이 사뭇 생경하게 보이기도 했다. 댐 상류 쪽은 습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운문천 생태하천 체험장을 조성해 놨다. 그러나 습지 구역을 제외하고는 운문댐으로 유입되는 물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 주민들은 "한 300㎜쯤은 일시에 내려줘야 일부 가뭄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비 구경이 어려운 것은 살아생전 처음이다"고 했다.

운문댐 가뭄은 지역 상권과 관광객 유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매년 여름 피서철마다 삼계리 계곡 일대에 차량이 막혀 곤욕을 치르곤 했는데, 지난여름에는 통행불편과 주차난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다. 피서철 삼계리 계곡쪽은 물론 운문댐 하류보 관광객도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반응이다. 지역 주민들은 "대도시는 식수공급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농업용수도 걱정이다. 올봄 식수는 문제 없는지, 농사에 지장은 없는지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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