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동치는 가상화폐 시장] 은행 "실명 가상계좌 서비스 철회" 또 대혼란

기존 계좌도 점진적으로 제재, 카드사들은 해외 거래 중지…투자자 은행계좌 해지 반발

시중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등 업계가 혼란에 빠진 1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민이 시세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등 업계가 혼란에 빠진 1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민이 시세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거래소 등 가상화폐 업계가 또다시 대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신규 계좌를 열어주지 않아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옮기는 상황이 되자, 카드사들이 해외 거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2일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은 준비 중이던 실명확인 가상계좌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가상계좌도 점진적으로 닫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정부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에 거래소 등 업계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받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사태를 파악 중이다. 농협은행도 기존 가상계좌에 입금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신규자금 유입과 거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빗썸'코빗'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가 가입한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정부와의 조율로 자율규제안을 만든 상황에서 거래소 폐쇄와 가상계좌 서비스 철회가 거론되는 것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자율규제안에 따라 본인 확인을 강화한 입출금 서비스를 이달 1일부터 해야 했다"며 "가상화폐 투자자의 피해와 풍선효과, 지하화 등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의 원성도 들끓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입출금 서비스 철회를 밝힌 신한은행의 계좌나 카드를 해지하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회원 수 38만 명의 가상화폐 투자자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날 하루 신한은행 해지관련 글이 600여 건이 올라왔다. 신한카드를 자르는 '인증샷'을 올리는 글도 있었다.

한 투자자는 "신한은행이 이번 제재 동참하는 것을 보고 신한은행 계좌 전부 해지시켰다"며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추운 날씨에도 은행에 다녀왔다"고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정부의 말 바꾸기 때문에 투자하기가 힘들어졌다"며 "이번 제재가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해외 거래소에서의 가상화폐의 신용카드 거래를 중지하기로 했다. 이는 시중은행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신규 계좌를 열어주지 않고, 또 실명확인계좌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2일 현재 국내 8개 카드사는 국내 카드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살 수 없도록 신용'체크카드 거래를 중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서 가상화폐 거래소 또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특정되는 가맹점에 대해 결제 승인을 막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여신금융협회는 10일 회의를 열어 해외 거래소에서 카드 결제를 막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 발맞춰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결제를 막으려 나섰다"며 "해외 거래소가 가맹점으로 등록되면 거래를 진행할 수 없도록 계속해서 막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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