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근육병을 앓고 있는 이진홍(51) 씨의 몸은 휠체어 위에 축 처져 있었다. 이 씨가 무언가를 집기 위해 손을 펼 때면 다섯 손가락은 슬로 모션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점점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뷰 중간에 물을 마실 때에도 스스로 병뚜껑을 열지 못해 아내의 손을 빌려야 했다. 이 씨는 "병세가 점점 안 좋아지니 가족들에겐 말 못하지만 나 나름대로 준비는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소아마비 극복했으나 근육병 찾아와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지만 이 씨는 한때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갔다. 스틱을 짚고 다니면서도 젊은 시절 인쇄소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IMF 영향으로 회사가 문을 닫은 후에는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고 장애인협회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또 다른 꿈을 키웠다.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근육병이 그를 덮쳤다.
2000년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걸음걸이가 불편해졌다.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고 치료했지만 증상은 악화되기만 했다. 3년 만의 조직검사 결과 '근긴장성 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희귀난치성 근육병으로 치료 방법이 없었다. 현재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전혀 불가능하다.
매월 140시간 정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딸의 재활치료로 아내가 자리를 비우면 홀로 남아있어야 할 때도 많다. 이 씨는 "아내가 없을 때 혼자 힘으로 화장실에 가려다 넘어져 화장실 바닥에 두 시간을 엎드려 있었던 적도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씨는 근육병 외 다른 질환들도 안고 산다. 2015년에는 갑상선암으로 수술과 두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현재도 당뇨, 갑상선 기능저하증, 혈액순환 부진 등으로 매일 한 움큼씩의 약을 삼킨다. 이 씨는 "악력이 점점 약해져 요즘은 젓가락질도 부쩍 힘들어졌다. 나도 불안하지만 딸 챙기기도 힘겨운 아내의 짐만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발달장애 다섯 살 딸 재활치료비 걱정
2014년 5월에 태어나 올해로 다섯 살이 된 딸 지언 양도 이 씨의 아픈 손가락이다. 지언이는 36주 만에 2.1㎏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젖병을 빠는 힘이 약해 호스를 꽂아서 우유를 먹이기도 했다. 한 달간의 인큐베이터 생활은 무사히 마쳤지만 돌이 지나서도 일어서거나 걷지 못했다. 옹알이도 없었다. 결국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언어능력이나 신체 발달이 또래에 비해 2년 가까이 뒤처진 상태였다.
이 씨는 딸만이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했다. 이 씨는 "나 자신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왔기에 딸만큼은 다르게 살게 해주고 싶다"며 "병원에서도 장애진단을 받는 걸 권유했지만 미뤄 달라고 했다. 우선 치료에 전념해보고자 하는 게 부모 된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행인 것은 지언이가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지만 1년 6개월 전부터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으며 보행이 가능해졌다. 언어능력도 지금은 2음절 정도의 표현을 하는 등 나아지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몸이 약한 아내는 빈혈에 시달리는 데다 가족들 병수발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소득은 한 달 130만원 수준의 기초생활 수급비가 전부다. 현재 살고 있는 임대주택 보증금을 내려고 받은 대출금 2천만원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재활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회당 5만원 내외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관련기관에서는 연간 재활치료비로 500만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지언이가 어려움을 딛고 가슴이 따듯한 아이로 컸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죠.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그런 친구들을 많이 봐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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