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역 공원 생겨도 급식소 운영 계속 했으면"

무료급식소 운영하는 남세현 씨

"노숙인에게 밥을 나눈 지 벌써 22년 세월이 흘렀네요. 지금까지 제공한 밥그릇만 30만 그릇이 넘을 겁니다."

대구역 뒤편 광장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남세현(58) 씨. 그는 차가운 겨울에 땅바닥에서 지내야 하는 노숙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대부분 노숙인들은 하루 한 끼의 밥으로 버티고 있다. 실외 무료급식소는 겨울철 거의 운영을 하지 않는다. 그는 하담봉사단 회원들과 함께 매주 화, 목요일 저녁밥을 지어 노숙인들에게 주고 있다. 한 번 급식인원은 150여 명이다.

"처음 봉사할 때는 전과 20범 출신 노숙인들과 싸우기도 했어요. 노숙인들이 시비를 걸고 행패를 부리기도 해 매우 힘들었어요. 하지만 봉사를 통해 사랑을 알게 되면서 온전한 기쁨이 되었죠."

그는 무료급식소 운영 경비는 거의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매월 150만~200만원을 들여 밥과 국,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전체 후원금은 10%가 넘지 않는다. 밥을 짓는 공간인 컨테이너 1개와 식판, 전기밥솥 가재도구를 마련했다. 또 배식 테이블에 비가 맞지 않도록 아케이드 시설을 했다.

그도 외환위기 때 사업에 실패했다. 종교단체와 인연을 맺고 미용, 의료봉사에 나섰다. 일요일은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가 없는 것을 알고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그의 아내인 김정숙(56) 씨도 남편의 뜻에 따라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다. 아내는 매주 한 번씩 집에서 노숙인에게 줄 국을 직접 끓여 가져오고 있다.

"밥을 제공받던 노숙인들이 상당수 자립해 사회에 진출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화물차 운전을 하고 이삿짐센터에서 일하기도 하고 만물상을 차려 장사를 하는 분도 계셔요."

그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규율을 정했다. 술을 마시고 오는 노숙인에게는 밥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노숙인들이 좌절해 술로 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제공한 밥과 국을 비닐봉지에 싸서 못 가져 가게 했다. 음식을 제때 안 먹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그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대구시가 무료급식소가 있는 대구역 광장에 꽃길과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급식소 운영을 못 할까 봐 걱정이다. 그는 꽃길과 공원을 조성하더라도 지금처럼 무료급식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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