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벌레는 초목에 대해서 혹 잎도 갉아 먹고 껍질도 파먹으며 뿌리도 파먹고 열매도 갉아 먹는 등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없는데 오직 이 꿀벌만은 꽃에서 떨어지는 가루와 풀잎에서 흘러내리는 이슬 따위의 쓸데없는 물건들만 모으게 되고 혹 딴 벌레를 만나면 옆으로 피하는바, 일찍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옛 학자 가운데 조선의 성호 이익만큼 양봉까지 하면서 꿀벌의 세계에 빠져 꿀벌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자료를 남긴 인물은 아마 없을 것이다. 40세(1721년)를 전후로 그가 남긴 숱한 작품과 '성호사설'이란 책에 나오는 꿀벌의 무해(無害)함과 1마리의 '왕벌'과 여러 '재상벌' '뭇벌'로 이뤄진 꿀벌 세계는 무척 정확하고 과학적이다. 오늘날 꿀벌의 벌집을 1마리 여왕벌과 2천여 마리 수벌, 3만여 마리 일벌로 이뤄진 것으로 보는 구조와 다름없을 정도다.
꿀벌의 유익함은 앞선 기록에도 나타난다. 고려조 이규보가 남긴 꿀벌을 예찬하는 '밀봉찬'의 한시 내용이 그렇다. '꽃을 따서 만드는 꿀/ 엿과 같구나/ 기름과 짝을 이루니/ 그 용도가 무궁하도다….' 벌꿀은 예부터 귀했던 만큼 값진 선물이나 고급 약재, 뇌물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무궁했다. 조선의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 자료처럼 벌꿀 생산은 제주도를 빼고 전국적으로 이뤄졌으니 양봉은 고른 분포를 보였음 직하다.
꿀벌은 무엇보다 식물의 결실을 돕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또 용도가 다양한 귀한 벌꿀을 생산한다. 보통 1g의 꿀을 생산하는 데는 꿀벌이 3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꿀벌은 그뿐만 아니라 다른 유익한 자원의 바탕을 내놓는다. 꽃가루와 왕유(王乳) 즉 로열젤리, 밀랍, 봉교 또는 봉랍의 프로폴리스라는 천연 항생물질, 봉독(蜂毒) 등 수많은 선물이 그것이다. 해는 없으면서 여러 이로움만 주는 고마운 벌레인 셈이다.
전국 유일의 양봉특구를 가진 칠곡군의 꿀벌 활용이 관심이다. 이미 봉독으로 인체 치료용 천연 주사 제품을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봉독을 물과 함께 닭에게 먹여 산란을 돕고 닭의 폐사는 줄이는 효과의 양봉 산물 융합이 새 성과를 거두는 모양이다. 농촌진흥청이 칠곡군농업기술센터의 이런 사업을 우수 성과 과제로 선정한 배경인 듯하다. 계속 이어질 것이 분명한 꿀벌의 인간을 위한 무한 봉사가 그저 고맙고 놀라울 뿐이다. 이런 꿀벌에 보답하는 보은 조형물이라도 하나쯤 세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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