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 퓨처스] 정치영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T세포 활용 폐암 면역치료법에 관심

정치영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치영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폐암은 악명이 높은 암이다. 암 사망률 1위가 폐암이다. 정치영(46)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호흡기 질환을 앓는 이 중에서도 폐암 환자를 많이 맡는다. 사망률이 높은 질환인지라 정 교수도 환자를 잃는 아픔을 적지 않게 겪어왔다.

그래도 그는 흰 가운을 입고 환자들 앞에 다시 선다. 그리고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환자들과 교감한다. 실망하는 환자들은 포기하지 말라며 다독인다. 치료할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확률이 높지 않더라도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게 '의사'라고 생각한다.

◆외유내강, 악명 높은 폐암을 다루는 의사

부드러운 인상만큼 목소리도 부드럽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 교수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가 챙기는 폐암 환자 중에선 어르신들이 많다. 그분들과 대면할 때면 어린 시절 병을 달고 사셨던 할머니를 지켜보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더 환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정 교수는 "할머니가 자궁암에다 당뇨, 신장 투석 등 오랫동안 여러 질환에 시달리셨다"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히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물론 성적을 따지다 보니 자연스레 의대를 택한 측면도 있다"고 웃었다.

사람이 눈을 감는 걸 지켜봐야 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사람을 챙겨왔던 의사의 마음도 힘들다. 폐암은 특유의 증상이 없어 조기에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폐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때문에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 만큼 폐암을 다루는 의사도 심적 부담이 크다.

그는 "지도교수님을 따라 자연스레 폐암을 주로 다루게 됐다. 열심히 했는데도 예후가 안 좋으면 마음이 아프다. 더 노력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며 "기침이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 감기 등을 가볍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1개월 이상 가면 병원을 찾아 상담하고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가 근무하는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선 기관지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기관지 경유 폐생검(조직검사)'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피부를 뚫어 검사하는 '피부 경유 바늘 생검'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는 출혈과 기흉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기관지 경유 폐생검은 내시경 끝에 초음파를 붙여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은 채 검사를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

◆폐암, 고령이라고 치료를 포기할 이유 없다

항암치료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고들 한다. 이 때문에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치료가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한다.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흡연자와 함께 고령자가 고위험군이며, 더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료 의지를 접을 이유는 없다는 게 정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고령인 폐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설명한 뒤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요즘은 70대라 해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폐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표적치료제를 활용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는 좋으면서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특이한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 효과적일 뿐, 모든 환자에게 통하는 건 아니라는 게 추가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3주에 한 번 항암치료제 주사를 맞는 대신 1주일에 한 번씩 치료제를 분할해 투여, 부작용을 줄이는 방식도 활용 중이다.

정 교수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면역치료. 사람 몸의 방어 기전에 따라 T세포(면역세포)는 외부 세균(폐암의 경우에는 암세포)의 활동을 저지하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이 면역치료다. 2013년 미국에서 1년 동안 연수를 하면서 이해가 더 깊어졌다.

그는 "면역치료를 위한 면역관문억제제를 암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다만 10명 가운데 2명에게만 잘 듣는 약이라는 게 문제다. 어떤 조건을 만족하는 환자에게 잘 듣는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여러 전공과와 협업해 연구를 진행하는 게 꿈"이라며 "무엇보다 폐암은 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담배는 반드시 끊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정치영 교수

▷1972년 출생 ▷경북대 의과대학 졸업 ▷경북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 ▷경북대병원 호흡기내과 전임의 ▷대구파티마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계명대 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부교수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모핏 캔서 센터&리서치 인스티튜트 연수(폐암 면역치료)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구경북내과학회 공보이사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회원 ▷대한폐암학회 기획위원 ▷대한중환자의학회 정회원,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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