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식 늘고 월급 준 경비원…편의점 쫓겨나는 알바

최저임금 인상 거센 후폭풍

저임금 인상 여파로 무인 편의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한 무인세탁편의점에서 18일 시민이 세탁물을 맡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저임금 인상 여파로 무인 편의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한 무인세탁편의점에서 18일 시민이 세탁물을 맡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단기 계약직이나 시간제 일자리 등 일자리 취약계층의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아예 고용을 하지 않는 무인 상점도 속속 들어서고 있어서다. 그러나 경비원 인력 감축안을 주민들이 부결시키거나,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급여를 더 높이는 상생 기업들도 눈에 띄고 있다.

◆도리어 열악해진 근로 환경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이들은 아파트 경비원들이다. 일부 아파트는 경비원의 휴식시간을 늘리거나 교대로 퇴근시간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월급을 190만원 미만으로 맞췄다. 월급 190만원이 넘으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나오지 않아서다. 경비원들은 여전히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한 아파트는 경비원 14명을 해고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휴식시간이 주간 3시간, 야간 5시간 30분으로 예전보다 2시간 30분 늘었다"면서 "제대로 쉴 수 없는 휴식시간을 늘린 건 임금 인상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불평했다.

영세 자영업자들도 인건비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중국음식점은 가게가 붐비는 오후 6시부터 4시간만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한다. 이곳 업주는 "불경기로 매출이 줄어든데다 최저임금까지 올라 장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쓰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아르바이트 직원 5명을 고용했던 수성구 수성4가의 한 편의점은 올해부터 점주가 하루 13시간씩 근무한다. 오후 8시 이후에만 아르바이트 직원을 쓰는 식이다. 이곳 업주는 "올해부터는 직원들이 그만두면 추가 고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달서구 갈산동의 한 섬유제조업체 대표는 "제조업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맞추려면 구조조정밖에 답이 없다"면서도 "오랫동안 일한 직원들을 해고하려니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심화된 고용 불안, 늘지 않는 임금

수성구의 한 편의점 직원 김모(24) 씨는 올 들어 근무시간이 11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었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점주가 직접 일하겠다고 나선 탓이다. 김 씨는 "휴학 기간 여행자금을 모을 계획이었는데 월급이 줄어 수포가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구 신암동의 동네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조모(30) 씨는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월급은 지난해와 같은 155만원. 조 씨는 "월급이 동결됐지만 동네의원 처지에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워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 자동차부품 업체 노사는 상여금 일부를 기본급에 포함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노사는 적자가 난 회사 사정을 고려해 시간급을 최저임금에 맞추되 기존 상여금 7분의 1가량을 기본급에 넣기로 했다. 상여금 총액은 다소 줄었지만 기본급이 오르면서 전체 연봉은 소폭 올랐다. 이 업체 직원은 "최저임금에 맞춰 임금을 고스란히 올리려니 회사 존립이 우려돼 타협점을 찾았다"며 "정책이 받쳐줘도 현장이 어려우니 생각만큼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무인점포'임금 인상 기업 등장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무인점포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 달서구에 무인세탁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이용객이 맡긴 세탁물을 점주가 수거해 대량 세탁한 뒤 사흘 뒤에 돌려준다. 이 업체는 두 달여 만에 9개 가맹점을 확보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업체 이언희(56) 대표는 "24시간 무인영업이라 고객들은 언제든지 세탁물을 찾을 수 있고, 업주도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올 들어 아르바이트 직원 임금을 시간당 1만원(주휴수당 포함)으로 올렸다. 법정 근로시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1.5배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새벽'야간 근무자에게는 7천원의 택시비를 준다.

동구 율암동의 커튼 제조업체 블루윈글로벌도 올 들어 모든 현장직 직원의 임금을 10만원가량 인상했다. 인건비 부담은 8% 정도 늘지만 온라인이나 수출 등 판로를 다양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곳 박민우 대표는 "평소 현장직 직원 임금을 너무 낮게 줘 미안했다. 직원이 행복하고 일할 맛을 느끼면 회사도 잘될 것으로 생각해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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