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배우다 보면 문법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 'be 동사'라는 것이다. 영어의 be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우리말의 서술격 조사에 해당하는 '이다'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이나 변화, 작용의 의미를 가진 '동사'(動詞)라는 말을 쓰는 것이 매우 어색하다. 의미로 따지면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 왜 동사라고 할까?
여기에는 우리말 문법과 영어 문법의 차이, 단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인 품사(品詞)에 대한 내용들이 관련되어 있다. 품사는 단어를 의미, 기능, 형태적 특성에 따라 분류를 한 것이다. 우리말의 9품사 중 동사, 형용사는 의미를 중심으로 한 명칭이고, 관형사나 부사, 조사는 기능을 중심으로 한 명칭이다. 이러한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품사는 하나의 일관된 기준으로 명쾌하게 나누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영어에서 동사를 뜻하는 verb는 의미보다는 기능과 형태적인 특징을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verb는 문장에서 사람이나 사물의 동작이나 상태를 서술하는 역할을 하며, 인칭이나 시제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특징을 보인다. be의 경우 'I am a boy.', 'She was pretty.'처럼 명사나 형용사를 주어와 연결시켜 서술하는 역할을 하며, 인칭이나 시제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verb라는 것이 명확하다.(영어의 verb는 우리말의 '동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서술사' 정도의 명칭이 정확했을 수도 있다.)
우리말에서 동사와 형용사는 의미를 기준으로 한 분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미로만 따지면 '손님이 있다.', '나는 거짓말이 싫다.'처럼 동작인지 상태인지 모호한 말이 있고, 관형사나 부사도 의미적으로는 상태나 동작의 의미를 가진 말들이 많다. 그리고 의미를 기준으로 한 분류에서 그친다면 단어를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없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기도 어렵다. 단어들에서 의미 때문에 형태나 기능상의 차이가 나타나야 품사 분류의 의미가 있다. 우리말에서 동사와 형용사는 활용을 하고, 서술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용언'으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동사는 동작을 나타내기 때문에 '먹어라, 먹자, 먹고 있다'와 같이 명령형, 청유형, 진행형이 가능하지만, 형용사는 그러한 형태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분류를 해 왔다. 사람들이 '걸맞는, 알맞는'으로 많이 쓰지만 '걸맞은, 알맞은'으로 써야 하는 이유는 '걸맞다, 알맞다'가 형용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재형 어미 '-는'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류법은 간단하면서도 사람들의 상식과 잘 부합된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지난해 말 '잘생기다', '못나다', '낡다' 등을 형용사에서 동사로 분류했다. 일부에서는 '잘생기다'가 동작이냐 하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의 제기를 위해서는 형태나 기능에 대한 면도 함께 고려해서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이야기를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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