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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군!] 달의 바다에서 토끼가 사라지는 날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 사진은 지난 2014년 10월 대구 83타워를 배경으로 펼쳐진 월식쇼. 매일신문 DB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 사진은 지난 2014년 10월 대구 83타워를 배경으로 펼쳐진 월식쇼. 매일신문 DB

한때 인기리에 방영된 TV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주인공 미실은 개기월식을 예언했다. 절대 권력의 여왕은 곤란에 빠졌다. 여왕은 물론 천체현상에 따라 씨를 뿌리고 밭을 갈아야 했던 백성들에게 달은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날씨를 예측해주는 왕은 하늘이고, 하늘은 곧 왕이었던 시절의 얘기다. 왕은 1년 동안의 월일, 해와 달의 운행, 월식과 일식, 절기, 특별한 기상변동을 날의 순서에 따라 적은 책력을 통해 백성들을 다스렸다.

달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설화와 동요를 만들어낼 만큼 친근한 천체이기도 했다. 방안 호롱불에 의존하던 그 시절 매일 같이 뜨는 달은 두려운 밤을 밝혀주는 친구였다.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달을 보며 우주에 대해 상상했다. 달 표면에는 수많은 운석 구덩이와 산맥, 계곡과 절벽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현무암질의 용암 대지를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 바다라고 불리는 달의 어두운 부분은 평평한 지역이다. 햇빛 반사율이 낮기 때문에 달의 산악지역보다 훨씬 더 어두워 바다처럼 보이지만 사실 물은 없다. 바다의 명암은 갖가지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사자가, 캐나다에선 물 옮기는 여자가, 남유럽에서는 게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선 물론 방아 찧는 토끼가 살고 있었다.

31일이면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이 돼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현상이다. 이번 개기월식은 달이 평소보다 지구와 가까워져 크게 보이는

'슈퍼문' 현상과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을 일컫는 '블루문', 개기월식 진행시 태양빛이 지구 대기에 의해 굴절돼 달을 붉게 물들이는 '블러드문' 현상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도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개기월식 공개관측 행사를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 개기월식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지난 2011년 이후 약 7년 만의 일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2025년 9월 7일 새벽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개관측 행사는 무료로 진행된다. 과학관 소속 천문학 박사 연구원이 진행하는 공개강연과 다양한 부대행사도 더불어 즐길 수 있다. 특히나 이번 개기월식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저녁시간대에 진행된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달의 향연을 위해 내일 저녁식사는 조금 서두르면 어떨까. 내일은 달의 바다에서 토끼가 사라지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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