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애향 수성구의원 실명 밝히고 #미투

당 차원 조치 없어 속앓이 해와

지난해 구의원 간 성추행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던 대구 수성구의회 정애향(58) 구의원이 실명을 밝히고 최근 불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정 구의원은 서지현 검사(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용기 있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6일 정 구의원은 "요즘 통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실명 공개에 동의했다. 정 구의원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하나같이 '술에 취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만약 그랬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모습이 가장 속상하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당사자가 겪게 될 고통은 당해보지 않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지난날에 대한 기억이 선명해졌다는 정 구의원은 얼마 전부터 끊었던 신경안정제를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다.

정 구의원의 성추행 피해 사건은 지난해 9월 19일 수성구의원 20명 중 17명이 참석한 제주도 연수 도중 일어났다. 이날 오후 8시쯤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초선 의원인 A(60) 구의원이 역시 초선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 구의원 옆자리에 앉아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정 구의원은 중앙당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려고 경위서를 당에 제출했고, 이후 본의 아니게 외부에 알려졌다. 정 구의원은 "구의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구의회는 지난해 11월 윤리특별위원회가 상정한 A구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켰다. 시민단체들은 '제 식구 감싸기', '보여주기식 징계'라며 반발했다.

현재 정 구의원은 검찰의 수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정 구의원은 지난해 10월쯤 가해자로 지목된 A구의원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장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찰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 구의원은 "검사나 정치인이 아닌 보통 가정주부가 이런 일을 당하면 세상이 잘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상처받았던 이들을 위해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A구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후 한동안 구의회에 출석하지 않다가 징계안이 부결된 이후 정상적으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A구의원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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