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저임금 역풍, 근로자 되레 줄이는 中企…임금 인상 한달 생존 고육책

직원 근무시간 줄이고 상여금 나눠 기본급 포함…근로시간 단축도 큰 걱정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지난 연말 노사협의를 거쳐 새해부터 보너스 700% 중 100%를 기본급에 넣기로 했다. 일부 생산직 직원의 기본급을 높여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려는 고육책이다. 바뀐 첫 월급이 10일 나갈 예정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직원 전반의 임금이 늘었고, 기본급 상향에 따라 잔여수당, 퇴직금 등 보이지 않는 비용도 커졌다.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2, 3차 협력사들은 이런 여유조차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직원 10여 명 규모의 달성군 한 섬유가공업체는 3교대로 운영하는 현장직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였다. 그동안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공장 설비는 근로자가 없어 하루 3시간씩 가동을 멈추게 됐다. A업체 대표는 "막연히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더 주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적자 폭이 커지고 나니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집약적인 섬유업계 특성상 타격이 더 큰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역대 최대 최저임금 인상(16.4%)이 시행된 지 한 달. 지역 기업 현장에선 부쩍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실감하며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상여금 일부를 기본급에 포함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상여금, 야간'연장 수당 등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높다.

대구 서구의 또 다른 섬유가공업체는 매년 200% 지급하던 상여금 전체를 12개월로 나눠 기본급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임금 부담은 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 기준은 맞추는 '조삼모사' 격이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줄이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업체 얘기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외로 크다며 울상을 짓는다.

3공단의 한 기계장비 업체는 연간 인건비가 45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었고, 동구의 한 섬유제품 수출업체는 5년 차 생산직원 월급이 200만원에서 250만원가량으로 뛰었다. 업체들은 "일부 기술직을 제외한 노무직을 더 뽑을 수는 없게 됐다. 앞으로 최저임금이 또 오를 때를 대비해 고용을 줄이고 자동화 설비에 돈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도 지역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다. 업계는 2월 임시국회에서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최저임금 인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에 직면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구의 한 금속공장 사장은 "근로시간이 20% 이상 줄어드는 셈인데 매출도 똑같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본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모두 취지에 공감하지만 너무 급하고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수당 위주로 구성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박사는 "지역 업체 대부분이 수당 비중이 높고 기본급은 낮아 최저임금 인상에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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