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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허심탄회(虛心坦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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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골 마을 입구에는 1년 넘게 '오리 농장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고 있지만 대책위 사무실이 마을 사랑방이 되었을 정도로 마을 사람들끼리는 더 돈독해지는 효과는 있었다. 이것과는 좀 다르게 의성에 있는 처가 동네에는 '대구 공항 유치 적극 찬성'과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서 경쟁을 하고 있다. 어느 사회든 갈등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주민들끼리 의견이 갈라져서 대치하면 인심이 좋지 않게 된다. 그렇게 갈등이 커지면 결론이 나더라도 지역 공동체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되고, 사사건건 반목하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는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닫아 놓고 말을 너무 세게 하기 때문에 곧바로 감정싸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뒤에는 대화를 해 보자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공항을 유치하자는 쪽은 공항 유치만이 지역이 살길이라고 말하며, 다른 가능성을 닫아 버린다. 그러고는 토론을 하기보다는 반대쪽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한 갈등의 상황에서 꼭 새겨 보아야 하는 것은 '허심탄회'(虛心坦懷)라는 말이다. '허심탄회'는 한자 그대로 욕심을 비우고, 품고 있는 것들을 모두 솔직하게 드러내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욕심이 있는 사람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가능성을 보지 않는다. 욕심을 관철하기 위해 강경하게 말하고 불리한 것은 숨긴다. 그러나 욕심을 비운 사람은 오로지 대의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들을 열어 놓고 생각할 수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공항을 유치하자고 한 사람들은 더 좋은 방안에 대해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공항이 들어오면 어느 지역이 어느 정도의 소음 피해를 입는지에 대한 정보를 숨기지도 않는다. 그런 선의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려면 현상에 대한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왜 자꾸 젊은 사람들은 우리 지역을 떠나는가? 관광객은 왜 오지 않는가? 공장들은 왜 오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든 자기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 본다면 공항 유치는 지역 발전을 위한 하나의 방안은 될 수 있어도 유일한 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에 반영하면 지역의 상황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불신이 많이 남아 있어서 허심탄회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조금씩이라도 노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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