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가면' 해프닝 적전분열 양상
대북특사 남남갈등 최고조 이를것
文대통령은 야당부터 먼저 만나야
일대일 면담 흉금 터놓고 의견 교환
'김일성 가면'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가면의 얼굴은 젊은 시절 김일성과 닮았다. 과거 그 분야 전문가(?)였던 모 의원이 김일성이라 고집하는 걸 보면 미상불 그런가 싶기도 하다. 김일성 우상화 선전이라며 '평양올림픽'이라는 비난의 근거로 쓰인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고 존엄의 얼굴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북한체제의 특성을 든다. 존영을 가면으로 만들어 눈까지 뚫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김일성의 얼굴일 수도 있고, 여자 집 앞에서 휘파람을 부는 미남일 수도 있다. 한 언론이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논란조차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일성 우상화? 김일성 가면을 본 대한민국 국민 사이에 김일성 사모 분위기가 형성되었을까.
만약 북한 응원단이 선전선동 수단으로 김일성 가면을 사용했다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북한 측은 일언반구도 없지만 우리 스스로 김일성이라 인식했다는 것 아닌가. 단순히 북한판 미남 얼굴을 사용했다면 망외의 소득을 거뒀다고 미소를 띨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면은 우리 가운데 이른바 보수와 진보, 친북과 반북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응원단조차 가면이 이토록 큰 논란거리가 될 줄은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평창 이후'가 걱정이라고 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 평화 분위기가 일시적인 것임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휴지기가 끝나면 핵을 둘러싼 남북미 간 본게임이 벌어질 것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도 한발 걸치려 할 것이다. 미국이 대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태도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순식간에 표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익히 보아온 터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분명하다. 핵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인권침해. 미국이 이라크, 시리아 등을 공격할 때 내세운 명분이다. 선제타격론이 완전히 꺼진 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해프닝으로 지나칠 수도 있는 '가면' 문제를 엄중히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북한이 작은 먹잇감만 던져도 우리는 이를 둘러싼 이전투구를 시작한다.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한 증오감이 지배한다. 정치판에서 시작된 논란은 사회 전반에 번진다. 아무 이해관계 없는 사람들까지 서로 물고 뜯는다. 아귀다툼이 따로 없다. 평창 이후 우리의 걱정은 남남갈등의 증폭이다. 남북 간, 미북 간 충돌 이전에 우리끼리의 충돌이 더 우려된다.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한미 군사훈련 재개 문제가 불쏘시개이다. 대북특사로 언제 누구를 보낼지도 도화선이다.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남갈등은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이런 상태로 남북문제를 제대로 풀기는 어렵다. 비판적인 의견을 일부 수구세력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야당을 드라큘라, 바퀴벌레라고 비난하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제안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접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북특사 파견 전에 야당부터 먼저 만나야 한다. 한꺼번에 회동하는 대신 일대일로 대면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한 사람씩 부르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에 찬동해서가 아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라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어야 한다. 시간제한 없이 만나 북한 측과 나눈 대화 내용을 야당에도 남김없이 알려야 한다. 북한 측의 숨소리까지 미국에 알려주라고 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비판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얼굴을 붉히고 치열한 토론을 벌일 생각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존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야당도 막 나가기는 어렵다. 설득이 되지 않더라도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다. 북한에 이용당할까 걱정하는 여론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번 칼럼에도 말했지만 국민 여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정책은 힘 있게 추진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가면이 아닌 진정성 있는 우리 지도자의 얼굴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때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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