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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구경북학숙 건립, 다시는 공약 어기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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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경 대구경북학숙(學塾'대경학숙) 건립이 또다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으로 진학하는 지역 학생을 위해 저렴한 기숙사를 만들자는 것인데,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시장'도지사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제시됐다가 선거 후에는 비상식적인 논리에 떠밀려 흐지부지되는 양상을 보여왔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말부터 대구시와 경북도가 대경학숙 건립을 논의했으나 대구시의 반대로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경북도는 올해 예산에 대경학숙 용역비 5억원을 반영해 의욕적으로 건립을 추진한 반면, 대구시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은근슬쩍 발을 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4년 전 출마 당시 대경학숙 건립을 공약하고도,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경북도가 협의를 요구하자,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사실상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시는 경북과 여타 시'도에서 대구로 진학한 학생들을 위한 '행복기숙사' 건립이 우선이라는 말로 해명했지만, 속내는 좀 다른 것 같다. 권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소재 대학 동문회의 반발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고 일부의 반대가 있다고는 하지만, 시민에게 한 약속만큼 우선되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본지가 대구시장'경북지사 출마 후보들에게 물어보니 권 시장을 제외한 모든 후보들은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재경학숙 설립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했고, 추진방식과 운용 계획에 대해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일부 후보가 시민과 재경출향인의 모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실현 가능성 없는 구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향후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더라도, 빛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경북이 서울에 작은 학숙 하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청년 유출을 조장하느니, 지역 대학생 역차별이니 하는 반대 논리는 비현실적이고 억지에 가깝다. 대구시장'경북지사 후보들은 대경학숙 건립에 대해 다시는 약속을 어기거나 말을 바꾸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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