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유유히 나는 새는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새들에게 비행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새들은 진화를 통해 필사적으로 몸무게를 줄였다. 그래서 뼛속이 비어 있다. 새들의 비행에서 가장 큰 난관은 공기 저항이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인 기러기는 브이(V) 대형으로 난다. 앞장선 새들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바람을 이용해 뒤쪽 기러기들은 한결 쉽게 날 수 있다. 앞의 기러기가 힘들어하면 뒷 기러기가 교대한다. 조상들은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정겨운 모습을 '안항'(雁行)이라 했고 이는 형제간 우애의 상징어가 됐다.
아프리카에는 안항을 연상케 하는 달리기가 있다. 어떤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한 부족 마을 아이들에게 달리기를 시켰다. 나무에 과자를 매달아 놓고 먼저 달려간 아이가 따먹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출발신호가 떨어졌는데 아이들은 사이좋게 손을 잡고 함께 달렸다. 그리고는 과자를 모두 나눠먹었다. "일등 하면 다 먹을 수 있는데 왜 그랬지?" 인류학자가 묻자 아이들은 "우분투!"라고 외치며 되물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을 가진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이다.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자주 강조해 세상에 알려졌다. 우분투는 사람 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윤리사상이다. 가혹한 경쟁과 타자 착취적인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인해 임계 상황에 몰리고 있는 현대문명을 치유할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스포츠에서는 경쟁이 강조되지만 안항과 우분투 같은 덕목으로 인해 더 빛나는 종목이 있다. 사이클과 스케이트의 팀추월 경기가 그것이다. 팀추월에서는 공기 저항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앞의 선수는 바람을 막고 뒤쪽 선수는 앞 선수를 밀어준다. 3명이 서로 힘이 돼줘야 기록도 좋아진다. 팀추월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종목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팀추월 한국 여자 대표팀의 경기가 국민 공분을 사고 있다. 크게 뒤처진 동료를 나 몰라라 하고 앞의 두 선수가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경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50만 명 서명 돌파 신기록까지 낳았다. 왕따 논란에서부터 빙상연맹의 변명이 분노를 더 부추겼다. 국민들은 이제 메달색보다 과정과 열정에 더 환호하는 시대인데도 빙상연맹만 이를 모르는 것 같다. 세상에는 메달보다 중요한 가치가 많다. 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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