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 (11)미야자키 해변

바다에 누운 듯한 '도깨비 빨래판 바위' 넘실

미야자키 해변에 즐비한 특이한 형상의 빨래판 모양의 바위.
미야자키 해변에 즐비한 특이한 형상의 빨래판 모양의 바위.
미야자키역에 설치된 소프트뱅크 야구단 환영 조형물.
미야자키역에 설치된 소프트뱅크 야구단 환영 조형물.
우도신궁
우도신궁
선멧세니치난 입구에 있는 모아이상.
선멧세니치난 입구에 있는 모아이상.

사쿠라지마에서의 상쾌한 아침이다. 약 36㎞ 내외로 3시간은 족히 걸리는 섬 일주 라이딩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미야자키(宮崎)로 향한다. 사쿠라지마는 마치 울릉도를 닮은 듯 화산지대의 고유한 특성처럼 업다운이 계속 이어진다. 미야자키를 보고픈 마음이 크기 때문에 사쿠라지마 북쪽 약 15㎞는 숙제로 남겨두고 가노야(鹿屋), 시부시(志布志), 니치난시(日南市)를 거쳐서 미야자키 방향으로 간다. 곧장 바로 가면 130㎞ 남짓인데 니치난해안국정공원을 거쳐 바닷가를 끼고 가기 위해 이틀에 걸쳐 나누어서 약 160㎞를 타기로 한다. 1911년 사쿠라지마 대폭발 당시 분출된 용암이 오시마섬과 연결된 덕택에 바닷길이 아닌 해변에 조성된 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한다. 여기서 가노야시 방향은 아름다운 바닷길이다. 자전거 타는 내내 운무 낀 사쿠라지마를 볼 수 있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일본 3대 패스트 음식점-요시노야(吉野家), 스키야(すき家), 마츠야(松屋)

약 40㎞를 달려서 가노야 시가지에 들어선다. 미야자키현의 작은 마을인 가노야시는 정갈하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스키야'에 가서 늦은 점심을 때운다. 우동 등 면 종류와 간단한 밥, 튀김류를 판다. 보통 단품이 500~600엔 정도지만 일본식 정식 950엔짜리를 주문한다.

라이딩 중 시간 절약을 위해 가끔 찾는 패스트 음식점이지만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라면 벤치마킹할 것들이 즐비하다. 요시노야, 스키야, 마츠야는 일본의 3대 패스트 음식 체인점으로 눈여겨볼 것들이 꽤 많다. 가격도 300엔부터 1천500엔 정도이니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다양한 메뉴, 스피드, 청결, 편리함' 특히 '혼밥족'에 대한 배려 등 성공 요인을 두루 갖추었다. 24시간 영업하며 직원 2, 3명 정도가 수백 명의 손님을 무리 없이 서빙한다. 소위 '서비스의 시스템화' '시스템화된 서비스'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다. 주문도 자판기를 통해서 그림을 보며 주문할 수 있어 논란도 없애고 인건비도 절약한다. 언어도 일어, 영어는 기본이고 때로는 한국어 서비스도 한다. 자판기 주문, 5분 내 음식서빙, 먹는 데 7, 8분, 치우는 데 1, 2분 등 약 15분이면 깔끔한 서비스가 끝이 난다. 회전율이 신속하며 음식도 맛있다. 패스트 음식이지만 마치 갓 지은 밥이랑 금방 한 듯한 메뉴들이 제공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렇게 척척 돌아가는지 신기하다.

◆시골스러운 추억을 남겨준 시부시 민박

이제 이름도 생소한 시부시로 간다. 규슈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어촌 도시이다. 가노야에서는 약 30㎞를 달려야 한다. 가는 길 내내 소똥 냄새가 나는 깡촌 시골길이다. 그 흔한 편의점도 없다. 구글맵에 의지해 가지만 한적한 시골길로만 안내해서 슬슬 겁이 난다. 물도 다 떨어졌는데 달리 보급할 곳도 없다. 다행히 근처에 자판기가 있다. 일본은 한적한 길이라도 자판기는 어디라도 찾을 수 있으니 큰 다행이다. 자판기는 가격도 싸고 음료수 종류도 다양하다.

약 2시간여를 달려 시부시에 도착한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오후 4시 30분쯤 시부시에 도착했다. 시골이라 민박을 숙소로 잡았는데 찾아가는 길이 난제다. 구글맵을 아무리 돌려봐도 계속 그 자리이다. 도움 청할 사람도 하나 없다. 저 멀리 시부시 시청사가 보인다. 한참을 달려 시청사로 들어갔다. 토요일 오후라 인기척도 없는데 마침 공공도서관의 문이 열려 있다. 얼마나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지도를 복사한 후 그 위에 영어로 또 일본어로 써 준다. 참 친절한 일본인이다. 덕분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걱정과는 달리 시골에 위치한 민박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갈하다. 깨끗한 다다미에 인근에 유명 온천도 있다. 중년을 훌쩍 넘긴 민박집 사장은 세계지도 앞에서 자기가 다닌 국가마다 깃발 표시를 해두었다며 자랑을 해댄다. 쾌활한 분이다. 100개국 가까이 다녔단다. 거실 한쪽에 일본식 불단이 모셔져 있다. 슬쩍 보았더니 자기 부인 모습이 담긴 액자가 놓여 있다. 두 분 금슬이 좋았다고 한다. 몇 해 전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액자를 어루만지며 애잔하게 얘기한다. 아침저녁으로 밥과 물을 올리며 인사를 한다고 한다. 아련한 그리움이 주름 잡힌 그의 얼굴에 그려졌다. 외딴 숲속에 자리 잡은 시부시의 민박집은 잊혔던 추억을 되살려 주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또다시 그곳에 가야 할 이유를 남겨주었다.

◆안내판 없는 니치난해안국정공원 해변 도로

이곳 시부시로 온 이유는 니치난해안국정공원을 가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중앙지 모 언론사에서 규슈에서 자전거를 꼭 타 봐야 하는 곳으로 이곳을 꼽았었다. 시골 어촌 소도시인 시부시에서 시작하여 니치난, 아오시마를 거쳐 미야자키에 이르는 약 90㎞로, 짧게는 약 60㎞에 이르는 해변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상공원의 시작점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길을 잘못 들었을까 걱정되어 몇 번을 둘러봐도 해상도로는 하나뿐인데 전혀 국립공원스럽지 않았다.

약 10㎞를 달려 희미한 푯말에 해안국정공원이라고 적힌 표지판 하나를 발견하였기에 다행이었다. 미야자키에 이르는 내내 더 이상 안내는 없었다. 일본스럽지 않은 길 안내 서비스였다. 중앙지 기자는 도대체 여기 근처라도 와보고 글을 쓴 것인지, 누가 넘겨준 글이라도 제대로 확인은 한 건지 의심스러웠다.

어쨌든 니치난해안국정공원,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 해당하는 해변도로는 수려한 경관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자전거를 위한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니치난시로부터 약 10㎞는 별도의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길은 뚝뚝 끊어져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절벽 위 우도신궁과 아름다운 아오시마 해변

니치난시를 지나 미야자키로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다. 약 50㎞ 정도다. 미야자키는 가고시마와 더불어 남규슈의 대표적인 도시로 사철 내내 아름다운 풍광과 쾌적한 날씨를 제공한다. 겨울이면 야구단들이 전지훈련차 여기를 자주 찾는다. 올해는 소프트뱅크가 둥지를 틀었다. 한국에서 왔다니 금세 '이대호'를 잘 안다고 하였다. 괜히 어깨가 으쓱하였다.

미야자키의 절경 중 하나인 우도신궁을 만나러 간다. 절벽 위에 세워진 신사로 일본 내에서 가장 멋진 경치를 선사한다. 산속으로 가파른 업힐 등 약 2㎞ 정도 달린 후 신사에 당도한다. 절벽 위 동굴 속에 건축된 우도신궁은 결혼과 순산 기도를 들어준다 하여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신사다.

미야자키 해변에는 '도깨비 빨래판 바위'라 하여 특이한 형상을 지닌 바위들이 즐비하다. 마치 제주도의 주상절리를 바다에 눕혀둔 것처럼 특이한 경치를 연출한다. 해상도로를 따라 특이하게 생긴 바윗길이 계속 이어진다. 여기서 약 4㎞ 정도 달려 모아이상으로 유명한 '선멧세니치난'(サンメッセ日南)에 도착한다. 칠레 대지진 복구를 도와주었다 하여 이스트섬의 모아이 복제품을 여기에 만들도록 허가되었다 한다. 7개의 거대 모아이는 건강, 금전, 결혼 등 각기 다른 소원을 들어주는 영험이 있다 한다. 물론 지어낸 스토리이지만 모아이상마다 괜히 머리를 조아린다.

비가 점차 거세진다. 미야자키의 하이라이트인 아오시마 해변까지는 아직 약 20㎞ 정도 남았다. 푸른 섬이라고 번역되는 아오시마는 미야자키를 찾는 이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아오시마 해변에 맞닿은 예쁜 다리를 건너면 아오시마신사로 들어가는 길이다. 섬 둘레가 1.5㎞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매우 아름답다.

거센 비 때문에 낭만도 반감되어 아쉽다. 오늘은 여기에서 머물도록 한다. 마침 온천이 잘 구비된 호텔이라 좀 호사를 누려야겠다.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니 모든 긴장감이 풀린다.

아침이 되니 전날 온천 덕택에 컨디션이 한결 좋아졌다. 오전 중에 약 15㎞ 떨어진 미야자키 시내로 들어간 후 열차로 오이타시로 가야 한다. 또 비가 발목을 잡는다. 도무지 그칠 낌새가 없다.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달릴 용기는 나지 않는다. 시골스러운 아오시마 열차 역으로 향한다.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 중인 완행열차로 미야자키에 가야겠다.

약 20분 걸려 미야자키역에 도착한다. 활기찬 역 이곳저곳에는 전지훈련 온 선수단을 환영하는 조형물과 선수들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분위기를 띄운다. 비가 심해 미야자키 시내 라이딩은 생략하고 신칸센을 타고 북규슈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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