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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행장직 사임 배경·전망] DGB 회장직 최소 3개월 유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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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넘는 비자금 조성 의혹…2015, 2017 채용비리 확인, 시민단체 등 사퇴 압박 결정타

대구은행 소액주주에게 주식 6만3천여 주를 위임받은 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 대리인들이 23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4층에서 주주총회 참석에 앞서 박인규 행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은행 소액주주에게 주식 6만3천여 주를 위임받은 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 대리인들이 23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4층에서 주주총회 참석에 앞서 박인규 행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3일 오전 10시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23일 오전 10시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23일 겸직 중인 대구은행장직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비자금 조성 및 직원 채용 비리 등으로 6개월 넘게 내홍을 겪는 그룹 앞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회장의 '결단'으로 사태가 숙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지주회장직 유지는 그룹을 더한 혼란에 빠트리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난 목소리도 거세다.

◆박인규 DGB 회장, 은행장 사임 배경은?

23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4층. DGB금융지주 제7기 정기주주총회장은 주주와 임직원, 취재진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주요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승인 건이었지만, 성희롱 파문'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채용 비리 의혹 등 일련의 악재가 불거진 후 1년 만에 열리는 주총이어서 관심이 더욱 컸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주총장 안팎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구은행 노조원들은 주총장 앞 로비에서 "지역민과 직원 신뢰를 잃은 박 행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주총장 안에선 소액주주 권한 위임을 받아 참석한 '박인규 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박 행장이 회장직도 내려놔야 한다. '거수기' 역할을 한 이사의 연임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총장 의장석에 선 박 회장은 안건 상정에 앞서 미리 준비한 듯 "최근 여러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은행장직에서 물러나겠다. 회장직 거취는 상반기 중 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이날 은행장직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자신과 DGB금융그룹을 둘러싸고 잇따르는 악재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DGB금융그룹은 지난 6개월간 바람 잘 날 없다시피 했다. 지난해 7월 은행 내부서 비정규직 여직원 등에 대한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박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어서 제기된 박 회장 비자금 의혹 수사는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은행장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함께 입건된 간부들과 법인카드로 32억7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 3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 횡령 의혹으로 강도 높은 경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지난 연말에는 박 회장 자신을 제외한 등기임원 3인을 동시에 내보내는 등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논란을 사기도 했다.

급기야 2월에 채용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그룹 이미지는 또 한 번 실추됐다.

대구은행은 2016년 채용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 자녀 3명의 인성 점수가 합격 점수를 밑돌았지만 간이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줘 인성전형을 통과시켜 지원자들을 모두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은 채용 비리 의혹 사례를 추가로 포착하면서 박 회장과 대구은행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당초 2016년 3건의 채용 비리 의혹 이외에 2015년과 지난해에 30여 건에 이르는 채용 비리 의혹 사례가 있는 것으로 대구지검은 보고 있다. 21일에는 대구은행 전 인사부장과 현 인사담당 직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최근 박 회장뿐 아니라 은행 전·현직 임원으로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DGB 앞날은?…더 큰 혼란 우려도

박 회장이 이날 은행장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후임 은행장은 내부 절차에 따라 늦어도 오는 5월 중에는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 회장직은 상반기 중 거취를 정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최소 3개월 이상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한 간부직원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 여러 사태가 숙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노조는 박 회장의 지주회장직 유지는 조직의 앞날을 생각지 않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박 회장이) 결국 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을 후임 행장으로 세울 것 아니냐. 그럴 경우 지역사회에서 바라는 신뢰 회복은 거두기 어렵고, 새 지주회장이 와서 행장 인사를 2, 3개월 만에 다시 해야 하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회장직 유지는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분간 은행은 수석부행장 등 대행체제로 운영하면서 경영 능력과 개혁 의지를 갖춘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면서 "직원들의 의사를 물어 이런 뜻을 임원추천위 등에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대책위 한 관계자도 "박 회장이 책임을 통감한다면 행장직과 회장직을 즉각 내려놓아야 한다. 회장직 유지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고 어느 해보다 좋은 실적을 거두었지만 조직 전반이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하루빨리 악재들이 해소돼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랄 뿐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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