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포항 경제 눈 닫고 귀 막은 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항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본사가 자리한 포항(포항제철소)을 찾았다.

2014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오랜 기간 포항에 머무르며 자신의 치적과 포항 사랑을 알리는 데 힘썼다. 최순실 관련설과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 등을 털어내려는 듯 35명의 서울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대동했다. 조식을 겸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포스코의 비전과 자신의 경영 성과, 특히 리튬 산업을 위한 자원 확보에 들인 노력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스틸 야드(축구경기장)를 찾아 시축했고, 포스텍에서 50주년 창립기념 행사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포항 언론과 포항 인사들은 쏙 빠졌다. 그는 서울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통한 성과 홍보에 여념이 없었고 그들로부터 좋은 보도가 나올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현재 포항의 경제 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포스코의 역할 등 지역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관계자들은 외면한 채 그는 서울만 바라봤다. 포스코의 본사가 포항이고 이번 행사의 주축도 포항이었지만 권 회장은 지역의 진지한 고민에 귀를 막았다.

한 지역 인사는 "권 회장이 포항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났다면 지역경제 사정을 살펴달라는 취지로 많은 요구와 곤란한 질문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게 싫었을 거다. 50주년 행사를 자신의 치적 홍보에 활용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는 포항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외지인들과 얘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기자간담회 등에서 포항에 관련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포항 언론인들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부부처럼 다투기도 하고 정을 내기도 하며 지내온 지난 50년 세월, 굳이 포항과 포스코의 관계를 얘기해서 뭘 하겠느냐는 의미에서다.

한 언론인은 "포스코는 훌륭한 기업이지만 이를 이끄는 수장들이 자리 욕심으로 말아먹는 꼴을 자주 봐와서 그런지 권 회장의 이번 행보가 별로 놀랍지도 불쾌하지도 않다"며 "말로만 포항 본사를 외치는 행태가 50주년 창립기념 행사에서도 되풀이되니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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