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스티븐스필버그 #블록버스터의근원 #VR게임 #아날로그감성
*명대사: "나 하나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현실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
*줄거리: 2045년, 암울한 현실과 달리 가상현실(VR) '오아시스'(OASIS)에서는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의 유일한 낙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것이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괴짜 천재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는 자신이 가상현실 속에 숨겨둔 3개의 미션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그가 사랑했던 7090년대 대중문화 속에 힌트가 있음을 알린다. 제임스 할리데이를 선망했던 소년 웨이드 와츠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실에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IOI'(아이오아이)라는 거대 기업이 뛰어든다. 모두의 꿈과 희망이 되는 오아시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승해야만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다면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는 아주 다른 것이 되었으리라. 스필버그는 1975년 만든 '죠스'로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하며 '블록버스터'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그가 여전히 건재하고 현대의 블록버스터까지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줬다.
현실보다는 가상현실 오아시스라는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2045년의 사람들 모습은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의 일일지도 모른다. 동명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아바타로 가상세계를 접속하는 미래와 1980년대 대중문화를 접목시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황금 달걀을 뜻하는 이스터 에그는 오아시스의 창시자 할리데이가 죽기 전 남긴 일종의 게임 속 메시지다. 그는 승리의 열쇠 3개를 모두 찾는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그의 유언은 단순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키를 가지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인 할리데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세계 2위 회사인 아이오아이는 기술과 자본으로 미션을 먼저 클리어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다 쓴다. 빚에 허덕이는 시민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 노예로 부리는가 하면 직원들을 대량 투입하여 게임에서 우승하고자 한다.
'최초의 가상현실 블록버스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영화는 '역시 스필버그'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영화는 가상현실에서의 게임을 콘셉트로 1970~90년대 영화나 게임 속의 캐릭터를 한데 모은 서브컬처의 집합체를 보여준다. 도대체 얼마나 들었을까? 저작권료만 해도 어마어마했다고 할 만큼 온갖 아이콘들이 다 나온다. 정말 모두 다 나온다. 아이언 자이언트부터 아키라 바이크, 킹콩 심지어 건담까지 추억을 떠올릴 만한 소재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관객들은 반가운 캐릭터의 등장에 쉴 새 없이 환호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처음 봤던 비디오 영화였던 건담이 나올 때 나도 모르게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사실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서브컬처 요소는 필요악이었다. 서브컬처의 소재가 등장할수록 소설 자체의 완성도는 반비례적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서브컬처 설정이 들어가는 순간 설명은 길어지고 스토리의 집약성은 느슨해져갔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수많은 서브컬처 오마주에 휘말려 정작 작품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무색하게 만든다. 누가 봐도 쉽고 단순한 스토리텔링은 스필버그의 전매특허 아닌가. 영화는 소설과 달리 마니아층을 두지 않고 어떤 세대가 봐도 재미있고 쉬운 스토리로 누구나 가상현실 세계에 동화되게 한다. 서브컬처는 아는 이들에게는 알아서 재미있고 모르는 이에게는 몰라서 흥미롭게 흘러간다.
앞서 말했듯 스필버그가 구현한 영화의 스토리는 직선적이고 단순하다. 평범했던 일상이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 바뀌고 그 안에서 비범해진 주인공은 음모에 맞서 나가며 마침내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것. 소년의 성장기적인 부분에서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도 떠오른다. 현실 세계의 주인공 웨이드는 고아이며 마음 붙일 곳 없는 외톨이다. 가상현실 세계 오아시스에서 첫 우승자가 되며 생애 처음으로 많은 추종자들과 동료를 얻게 되지만 결국 스스로도 말하듯 그는 홀로 플레이한다. 게임 플레이어는 개인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주어진 현실이 그런 것이다. 팀 대항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고 PC방에서 여럿이 앉아서 게임을 같이 즐길 수도 있지만 결국 게임이 지니고 있는 특성인 '혼자 놀기'는 홀로서기를 필요로 한다. 영화 속 여러 사람들이 한 게임에 접속해 있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서 이런 모순이 드러난다. 외로워서 게임 세계에 들어오지만 게임의 세계는 현대인을 고독의 방으로 밀어 넣는다.
어쨌거나 현실은 여기다. 할리데이는 말한다. "현실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자칫 가상현실, 오아시스의 완벽성에 반해 현실을 잊지 않도록 '현실에서의 소통'을 강조한다. 뻔한 얘기라도, 현실에서의 사랑과 우정이 더 중요하다고. 설령 그것이 떨리고 무섭더라도 진짜 용감한 이는 현실 세계에서 키스를 먼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편 모 차세대콘텐츠연구본부장은 영화 속 오아시스 같은 가상현실 세계가 2040년경이면 실제로 구현된다고 발표했다. 이미 오감 중 시각과 후각은 부분적으로 가능한 반면 청각과 촉각, 미각은 보완이 필요한 상태로 영화 속 오아시스와 같은 완벽한 가상현실 세계는 2040년 즈음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참으로 우리는 영화 속 현실이 현실이 되고 가상현실이 현실이 되는 재미난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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