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황으로 애먼 사람 절도범 몬 경찰

고령경찰서 초동수사 허술…2달 뒤에 진범 잡히자 사과…"언론 알리지 말라" 은폐도

경찰이 정황 증거만으로 애먼 사람을 절도범으로 몰았다가 뒤늦게 진범이 잡히면서 사과를 하는 등 초동수사에 허점을 노출했다. 특히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은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고령경찰서와 피해자 A씨에 따르면 올해 1월 13일쯤 고령군 쌍림면 B다방에서 다방 주인의 가발이 없어지는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다방 주위 CCTV 등에서 당일 A씨가 다방에 출입한 정황 등을 바탕으로 A씨를 가발 절도용의자로 특정하고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A씨는 "나는 절대 (가발을) 훔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발생 당시 다방 안에는 2팀의 손님이 있었지만 경찰은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경찰이 CCTV에 찍힌 자신의 출입 장면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면서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해 절도피의자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건 발생 2개월여 후인 3월 초 경남 거창경찰서에서 이 사건의 진범이 검거되면서 불거졌다. A씨는 "2달여 동안 도둑으로 내몰리면서 겪은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범 검거 후 경찰이 취한 행동은 파출소 관계자와 관련 형사팀장의 사과가 고작이었다"며 "처음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갔을 때 손가락질당하며 조사받은 기억에 지금도 온몸이 떨린다.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경찰은 철저하게 무시했다"며 몸서리쳤다.

경찰은 "결과적으로 진범이 검거됨에 따라 A씨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입증됐다. 하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사건 발생 당시 A씨가 사건현장을 방문했는데도 부인한 것과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조사 이전에 이미 고소인과 합의를 하는 등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사건발생 장소는 내가 운영하다 넘긴 아는 동생 가게이고, 커피 한잔 팔아주지 못하고 나온 게 미안해 가지 않았다고 했다. 방문을 부인한 데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전에 합의금(150만원)을 건넨 것은 주위에서 절도사건은 돈을 주고 합의하는 게 제일 좋다는 말에 겁이 나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정말 기분 나쁜 것은 진범이 잡히고도 범인으로 내몰린 내게는 전혀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통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을 찾았을 때 파출소와 고령서 담당 팀장이 무릎이라도 꿇겠다며 사과했을 땐 기가 차지 않았다. 그들은 '제발 언론에만 알리지 말라'고 애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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