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 정부가 견지해야 할 '북핵 폐기 전 보상 없다'는 미국 해법

미국의 북핵 해법이 명확히 드러났다.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불가역적인 영구적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보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역대 행정부는 협상 때 제재를 너무 쉽게 완화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리비아식 해법을 견지해왔다는 사실과 연관지어 볼 때 미국의 북미 정상회담 전략이 사실상 완성됐음을 뜻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포괄적 타결 후 단계적 이행'이란 해법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는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밝힌 '선 보상 후 단계적 비핵화'와 가깝다. 김정은-시진핑 회담 뒤 청와대 관계자는 "리비아식 해법이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비현실적 접근"이라며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방식은 문 정부가 '단계적 해법'으로 돌아서기 전에 제시했던, '일괄타결' 해법과도 다르다. 이는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등 보상을 한꺼번에 교환한다는 것인데 폼페이오 지명자는 '보상은 북핵의 영구적 폐기 이후'라고 못박은 것이다. 지난 25년간의 북핵 협상의 실패 과정을 돌이켜보면 지극히 당연한 접근이다.

과거 북핵 협상이 왜 실패했나? 바로 '단계적' 방식 때문이었다. 그 결과가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는 북한의 핵무장이란 현실이다. 김정은의 '선 보상 후 단계적 비핵화'는 핵무장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 속셈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문 정부의 해법은 북한이 유용하게 써먹었던 기만전술에 다시 멍석을 깔아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 정부의 구상대로 '포괄적 타결' 뒤 북한이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포괄적 타결에 따른 보상만 챙기고 이행은 질질 끌다 결국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그런 점에서 문 정부는 북핵 해법에서 미국과 긴밀히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것은 미국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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