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피아노를 '악기의 왕'이라고들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다른 악기들에 비해 월등히 넓은 음역대를 지니고 있고, 정확한 음정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100명 안팎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의 소리에 한 대의 악기로 맞설 수 있는 큰 음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피아노를 왕의 위치에 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왕'은 치명적인 약점 하나를 지니는데, 바로 음을 오래 지속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피아노는 지나친 울림을 막기 위해 '댐퍼'라는 장치를 내부에 지니고 있다. 이 막음 장치 때문에 솜으로 된 작은 방망이가 강철 현을 때리는 순간 그 소리는 즉시 작아지기 시작해 건반에서 손을 떼는 순간 소리가 사라진다. 오른쪽 페달을 누르면 어느 정도 그 울림이 지속되나 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소리를 한 번 내면 사라지는 일만 남는 것이 피아노의 속성이다.
작곡가들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넓은 음역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하기는 용이하나, 인간의 목소리나 관현악기처럼 긴 호흡의 '노래'를 악기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일찍이 이 고민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이다. 피아니스트로도 뛰어났던 그는 38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노래 부르듯 연주하는데 제약이 많은 피아노로 멜로디가 아름다운 소품을 여럿 남겼다. 그중 대표작이 50곡 가까이 남아 있는 '무언가'다. 말 그대로 '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뜻의 이 소품들은 피아노 악보에 가사를 붙여 노래하면 바로 성악곡이 될 정도로 서정적인 성격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무언가'는 '봄의 노래'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이맘 때면, 라디오 신청곡으로 많이 나온다. 사실 이 곡은 너무 유명해 시그널 음악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인다. 이 곡 외에도 '무언가' 중에는 명곡이 많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물레의 모습을 묘사한 '베틀 노래', 슬프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영화 음악 등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베네치아 곤돌라의 노래' 등이 인기가 많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멘델스존은 평생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 살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은 물론 문학과 철학 등에 심취해 지휘자와 음악학교의 설립자 등으로 부지런하게 활동을 펼쳤다. 만약 그가 타고난 기질만으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했다면, 우리가 지금 사랑하는 '무언가' 속에 넘치는 창의성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위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신중함으로 세워진 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일! 인류의 대가들이 지녔던 장점이자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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