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文케어 성공을 위한 또 다른 조건

정부는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들을 축소시켜 임기 내에 전면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문케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 부담 금액을 줄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30조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의사들은 문케어의 급격한 시행에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를 막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었다. 추가적인 예산 대책 없이 정책이 시행되면 보험 재정이 곧 고갈되니, 재정 상황을 정확히 추계하고 점진적으로 급여화하자고 한다. 의료기관은 수가가 원가의 70%인 현 상황에서 적자를 상충시켜주던 항목이 급여화되면 견딜 수 없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의사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식 반발이라 지적한다. 정부는 진료만으로 병원 경영이 되도록 해준다는데, 의사들이 왜 반발하는 것일까?

다른 이유가 있다. 진료 수가가 책정된다고 하여도, 더 큰 장벽이 남아 있다. 정부의 급여 정책 시행 과정에서 정책의 변화에 따라 특정 의료가 급격하게 위축되어 급기야는 고사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최근 5년간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사용이 매년 7% 이상 가파르게 증가하였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 후에는 해당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한편 같이 발표된 자료에는 암 진료에 중요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는 급여기준의 변경과 검사 적응증 축소로 사용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하였다. 2014년 말 이 조치를 발표한 후, 다음 해의 검사 수는 전해에 비해 56% 감소했다. 의사의 처방을 제한하고, 시행한 검사에 대하여는 심평원이 다시 전수 심사를 하였다. 현미경적 심사를 하여 또다시 전체 검사의 약 10% 정도를 삭감하였다. 시행된 검사가 삭감되면 환자가 지불한 금액은 반환하고, 보험공단 부담금은 받지 못한다. 진료에 사용한 고가의 재료비는 고스란히 적자로 남고, 병원은 이를 처방 의사의 봉급에 반영한다. 검사비를 본인이 가져가는 것도 아님에도, 심평원의 삭감액은 바로 본인의 불이익이 된다. 소명도 해보지만 번복되는 경우는 드물고, 의사들은 무력할 뿐이다. 진료의사의 공포감은 엄청났다. 5년간 CT, MRI 영상검사가 25~30% 증가하였으나, 정부가 간섭한 PET 영상검사는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그 결과 많은 병원의 핵의학과가 문을 닫았고, 핵의학을 수련하는 전공의 수가 급감하였다. 전국의 국립대병원 등 큰 병원에도 최근 3년간 신입 전공의 지원이 없다. 신규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들도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세계 4위 수준을 자랑하던 첨단의학과가 존폐 위기에 처해졌다. 사정이 이러하니 의사들은 분노하고, 우리나라 의학 발전과 진료권 유지에 눈을 부릅뜨게 된다.

급여를 받는 진료 행위와 수가를 결정하며 또 시행한 행위의 심사권과 의료기관에 대한 징벌권은 정부 및 보험공단과 심평원이 가지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입법, 행정, 사법권은 사실상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점적 권한이다. 이제 모든 비보험 항목을 급여화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추가적인 예산대책 없는 이 정책의 실현은 의사들에게 또 하나의 칼날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문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숙의를 거친 적정 수가 및 청구체계 확립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의사들의 걱정이 단지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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