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연이은 헛발질 공공디자인 사업, 지속가능성부터 따져야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인공 실개천이 마침내 유야무야됐다. 2009년 대중교통지구 개통에 맞춰 조성한 지 8년여 만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보행자 안전사고 등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결국 실개천을 덮고 인도로 되돌린 것이다. 시가 여론 수렴 등 면밀한 검토 없이 일을 벌였다가 슬그머니 흔적을 지우면서 결국 헛돈만 쓴 꼴이 됐다.

대구시는 그제 중앙로 인도를 따라 설치한 750m 실개천을 덮고 경계석 철거도 마무리했다. 안전사고 방지와 보행 공간 확보가 복개의 이유다. 이 실개천은 시민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벌인 사업이다. 하지만 2009년 12월 완공 이후 실족 사고가 잇따르자 경계석 설치 등 보완 작업을 거쳤으나 내내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인공 실개천은 '여름철 시민이 발을 담글 수 있는 명소'라는 비현실적인 구상에 매달려 예상된 여러 문제점을 간과한, 실패한 사업의 좋은 사례다. 수질 문제에서부터 관리 비용, 보행 공간의 제약, 쓰레기 문제 등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예산만 낭비한 것이다. 대중교통지구 사업비 98억원 중 실개천에 든 비용이 일부임을 감안해도 현실과 동떨어진 공공디자인 사업에 적지 않은 혈세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헛발질은 이뿐만 아니다. 중구청의 달성공원 순종 동상과 순종어가길 사업도 쓴맛을 지울 수 없는 졸속 사업이다. 관광진흥 차원에서 아무리 유의미한 스토리가 급하다손 치더라도 제대로 된 연구검토 없이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보여주기식 행정의 폐해가 혈세만 축낸 것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달서구의 선사시대인 조형물도 마찬가지다. 이는 달서구의 후기구석기'청동기 유적지를 알리기 위해 진천동 선사유적공원 진입로에 설치한 것이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주민들이 반대 플래카드까지 내건 것은 그만큼 일방통행식 행정에 반발이 크다는 뜻이다.

더는 이런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하고 필요한 사업이라도 여론이 배제된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어서다. 보여주기식 사업에 세금을 쏟아붓기보다 공론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예술성부터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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