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작업보다 못한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85억 들인 재활용 분류 자동화기기 정확도 떨어지고 고장 생길 경우 말썽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자동화기기의 분류 정확도가 떨어져 위탁운영업체의 어려움이 높아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자동화기기의 분류 정확도가 떨어져 위탁운영업체의 어려움이 높아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재활용품을 자동으로 빠르게 분류'처리하고자 도입한 '생활자원회수센터'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첨단 방식을 통한 자동 분류 설비를 갖췄지만 손으로 직접 분류하는 방식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탓이다.

대구 수성구는 범물동에 국비 등 85억6천만원을 들여 생활자원회수센터를 조성하고 이달 초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하루 평균 40t의 재활용품을 종류에 따라 선별할 수 있다.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재활용품들은 ▷바람과 진동으로 비닐류 등을 자동 선별하는 발리스틱 기계 ▷자성력을 이용해 철금속을 자동 선별하는 자력선별기 ▷근적외선으로 플라스틱을 종류별(PET, PE 등)로 구별해주는 광학선별기 등을 거쳐 품목별로 나뉜다.

문제는 자동화기기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고장이 생길 경우 작업에 큰 차질을 빚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별 담당 직원들이 분류된 재활용품을 일일이 손으로 다시 분류해야 한다. 지난 18일 찾아간 생활자원회수센터는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기계로 선별하기 부적합한 재활용품을 사람이 직접 선별하는 1차 선별실 입구가 이물질들로 막혀서다. 우유팩 등 특정 종이류만 선별하는 2차 선별실이나 유리병을 색깔별로 구분하는 3차 선별실도 인력부족으로 제대로된 선별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자동화설비를 믿고 적은 인력으로 재활용품 선별처리 위탁 계약을 맺은 업체 측은 인력을 2명 더 늘렸지만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한 달 만에 2천여만원 적자를 본 업체는 결국 지난 13일 수성구청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업체 관계자는 "기존 수작업 방식보다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 적어도 6명은 더 충원을 해야 가동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위탁업체가 사업을 포기하자 쓰레기 수거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지역연대노동조합'도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만약 재활용품 선별 업무의 위탁 기간이 끝나는 7월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쓰레기 대란'이 수성구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가능한 만큼 재활용 처리 경험 및 자본력 등이 우수한 다른 업체를 선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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