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쇼크/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지음/굿인포메이션 펴냄
인류사는 배고픔과 추위‧더위를 이겨내고 질병과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본적인 어려움을 이겨낸 뒤 인류의 목표는 '오래 사는 것'이 되었다. 중국 땅을 처음 통일한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뿐만 아니라 '불로장생'은 모두의 바람이었다. 지난한 노력 끝에 사람은 오래 살게 되었지만, 복병을 만났다.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노후.
누군가에게는 늘어난 노후 기간이 선물이지만, 누군가에는 고통의 연장일 수 있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라'는 책은 많다. 그러나 근래에 나온 책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혹은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면, 이 책은 한국 사회를 콕 짚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더 와 닿는다.
◇노후 준비는 30대부터 본격적으로
"서구식 은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가입한 사람은 4%가 안 된다. 세 가지 중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42%다. 이런 상황에서 서구식 은퇴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국민 개개인은 늘어난 수명을 무슨 돈으로 감당할 것인가. 국가는 국민을 위해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살림살이가 점점 나아지고, 우리나라도 서구사회를 닮아가고 있으니, 그들처럼 비교적 '우아한 노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안이하다.
이 책은 '40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30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 20대부터 시작한다면 가장 현명한 일이 바로 노후 준비다'고 말한다. 50대에 시작한다면 조금 늦은 셈이고, 60대에는 노후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현재 (30, 40대인 사람이) 충분한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모든 경제적‧비경제적 활동의 초점을 노후 준비에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후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대체로 50대에 들어와서인데, 주택 마련·자녀 교육 등으로 정작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후 준비의 시작은 재무 상태 점검
돈 얘기라면 눈이 번쩍 뜨인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후 준비에 돈 문제를 꼼꼼히 점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막연히 저축 얼마, 재산 얼마, 퇴직금 얼마, 자녀 혼수 비용 얼마, 퇴직 후 한 달 생활비 얼마 정도로 대충 생각한다.
이 책은 본격적인 노후 설계에 들어가기 앞서 전반적인 재무 상태 점검과 기본적인 노후 설계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재무 상태 점검이란 '노후 설계와 관련된 재무적 구성 요소와 현황들을 미리 파악해보는 작업'이다. 이는 비단 노후 설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자산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본격적인 노후 설계 여정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개인별로 필요한 노후 자금을 추정해 목표 노후 자산을 파악하는 단계다. 둘째는 현재 본인이 진행하고 있는 노후 준비 현황에 관한 것으로 주로 연금 자산에 대한 파악이다. 셋째는 앞의 두 단계를 바탕으로 노후 준비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넷째는 앞의 평가를 바탕으로 노후 자산이 부족하다면, 얼마나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이를 채우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 책은 노후 대책을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분석과 조사, 연구와 해석으로 접근한다.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원들이 7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의 수입과 지출 분석, 연령별, 직업별 자산 관리법을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 100만원 일자리, 자산 8억원과 동급
'100세 시대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해 이 책은 생애 자산 관리 전략, 일, 건강, 여가, 관계 등 인생 전반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제시한다.
흔히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로 돈, 건강, 가족, 일, 여가, 친구를 꼽고, 그중에서도 '돈'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이 책은 한국적 은퇴 상황(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일'이라고 강조한다.
50대 이후에도 일을 계속 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더 발생하고, 모아둔 은퇴 자금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후 자금 부족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을 계속 하면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집에서 '삼식이'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가족관계도 좋아진다.
책은 '월 100만원짜리 일자리는 보유 자산 8억원(수익률 연 1.5% 가정)과 맞먹는다' 며 '오래 일할 것'을 권한다. 일자리를 통한 대인 관계 지속, 규칙적인 생활, 건강과 외모에 대한 관심 등을 더하면 일자리의 가치는 더 커진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60세에 은퇴하고 30년 사는 동안 수면, 식사, 가사노동 등에 투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여가시간이 8만 시간에 이른다. 이는 만 25세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 60세까지 35년 동안 일한 노동시간 8만4천 시간(8시간×25일×12개월×35년)과 맞먹는다. 정년퇴직 후 삶은 '연장전'이 아니라 '후반전'인 셈이다. 설령 8억원이 있어도 일이 없으면 그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직업별‧나이별‧소득별 다양한 전략 소개
책은 총 5부 26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출산과 장수가 빚은 우리나라 인구 구성, 노후 설계 프로세스, 중산층의 취약한 노후 준비, 연령별 노후 준비, 50대 외벌이 가구를 위한 노후 준비 전략, 맞벌이 부부를 위한 노후 준비, 사회 초년생의 월급 관리(마이카의 꿈을 미룰수록 미래는 업그레이드), 1인 가구 및 솔로 노후 전략, 직업에 따른 노후 준비 사례, 자영업자의 노후 자산 관리, 농업인의 노후 준비, 전업주부의 노후 준비, 노후를 빛내줄 알짜상품(연금 및 부동산), 농지를 활용한 노후 준비, 은퇴 후의 귀농·귀촌, 이웃과 함께 늙어가는 '평생 주택', 100세 시대 일의 중요성, 생활에 활력을 주는 여가 활용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65쪽, 1만8천800원.
◆박스= 묘수는 없다, 정석(定石)은 연금
한 세대 전만 해도 자식 농사가 가장 큰 노후 준비였다. 처음부터 자식에게 기댈 의도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대부분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이제 자식은 부모의 노후 대책이 되지 않는다.
현재 50, 60대는 은퇴한 뒤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기댈 수 없다. 스스로를 구제했던 '자산 유동화'☞도 저금리 시대를 맞아 상당히 무력화됐거나, 앞으로는 유효한 수단이 아닐 공산이 크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정석(定石)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권한다.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주택연금이나 노후 일자리를 활용하는 것이 그나마 정석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그 수 말고는 마땅한 수가 없다. 현재 가장 안정적이고 유리한 방법은 '연금'이다. 할 수만 있다면 연금에 의지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자산 유동화=
발행사는 부동산, 매출채권, 유가증권, 저당채권처럼 유동성은 떨어지나 재산적 가치가 높은 유·무형의 유동화 자산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는 이 증권 가치의 상승으로 투자 수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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