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보기 민망한 한국전력의 '봉이 김선달'식 전봇대 장사

한국전력이 전봇대로 '봉이 김선달'식 돈벌이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도로 점용료의 90배 가까운 수입을 전봇대 임대료로 챙기면서도 정작 전신주 안전 관리와 지중화 사업에는 소극적이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공기관의 전봇대 장삿속이 국민들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전국에 700만 개의 전봇대를 운용 중인 한전이 2016년 한 해 동안 전국 지자체에 납부한 도로 점용료는 19억5천만원이다. 원래는 이의 2배를 내야 하지만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50% 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같은 해 한전이 전봇대를 통해 얻은 통신선 임대료 수입은 모두 1천771억원으로 도로 점용료의 89배나 된다. 이만한 대박 아이템도 잘 없다.

한전이 전봇대를 이용해 이처럼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정보통신 대중화로 전기'통신선 임대 수요가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결된 전기'통신선이 많아질수록 수평 하중도 늘어나 전봇대가 충격에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동차와 충돌한 전봇대와 연결 전신주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거나 부러지는 등 아찔한 사고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전봇대에 주렁주렁 내걸리는 전기'통신선이 늘어나는데도 한전의 안전기준은 1975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더구나 한전은 12개로 제한했던 통신선 개수를 2016년 48개로 올렸다. 전봇대를 이용한 돈벌이에 혈안이 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통신선 제한 개수를 올리기 전에 전봇대의 안전기준부터 강화했어야 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전봇대와 전기'통신선 지중화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에서도 한전은 자유롭지 못하다. 2016년 말 현재 자산 규모가 178조원이나 되는 거대 공공기관이 한낱 전봇대 장사에 매달리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한전은 전봇대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지중화에도 더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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