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음이 담긴 선물

초록 잎 사이로 번져오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살갑다. 간간이 얼굴 내민 불두화는 5월을 밝혀줄 꽃등인가 싶다. 지천이 꽃 대궐인 봄의 향연이 절정이다. 덩달아 설레는 마음은 자연이 준 덤의 선물이다. 선물은 늘 설렌다. 주는 마음 또한 기쁨이다. 아마도 인정과 인심이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스승의 책갈피 속에도 인정과 인심이란 단어가 넉넉하게 둥지를 틀고 있었다.

"한 사람이나 한 가문을 말할 때 인심이 좋고 인정이 많다는 평가처럼 좋은 칭찬은 없을 것이다. 지위가 높고 유복하다는 말은 그 사람이나 그 집안 당해자만의 개인적인 것에 머무는 일이다. 그러나 인심이나 인정은 이웃에서 마을로 방사되면서 교류되는 밝고 따뜻한 공기와 같은 사회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고(故) 극재 정점식 화가의 에세이집 '현실과 허상'에서 옮겨왔다.

인심과 인정의 중심축은 사랑이지 않을까 한다. 사랑이 깃든 선물은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가끔은 자랑도 하고 싶어진다. 필자에게도 그런 선물 하나가 있다. 어머니의 '조각보'가 그렇다.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색색의 조각 천을 이어붙인 조각보는 어머니가 손수 지은 수작(手作)이다. 앉은뱅이 재봉틀 소리에 어머니의 콧노래가 버무려진 조각보는 사랑의 결정체이다.

펼쳐놓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밀조밀한 사랑마을인 것 같다. 세모나 네모난 마음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것 같기도 하다. 사랑으로 뭉친 가족은 아닐까. 이웃과 친지, 자식들에게 선물하며 활짝 웃더니 이젠 손이 약하고 눈도 침침하여 어머니의 수작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보자기를 고이 접어서 서랍 속에 두고 아끼며 내어보는 이유이다. 선물이 보물이 되었다.

모 화가의 선물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개업을 한 지인이 화가에게 작품 한 점을 구입했다. 다행히 가게에는 손님들로 붐볐다. 주인은 화가의 귀한 그림 덕분이라며 가난한 화가에게 그림 한 점을 더 주문하였다. 으쓱해진 화가가 가게로 가서 본 것은 기운이 생동하는 그림이 아니라 주인의 성실함과 친절함이었다. 바로 손님을 붐비게 한 원인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영광을 화가에게 돌리며 힘든 화업을 격려해주던 주인에게 감동한 화가는 진심을 담은 그림 한 점을 선물했다고 한다.

훈훈한 사연은 이웃의 마음까지 데워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선물에는 법의 잣대가 아닌 인심과 인정이 앞서야 할 이유일 것이다. 영화 '선물'의 대사처럼 "당신은 세상이 내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라고 할 수 있다면 더 큰 기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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