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부문 중 지상파 수상작 4개뿐
드라마'예능 부문 非지상파가 석권
TV 부문 대상'작품상도 tvN 차지
보도 부문, 화제성 높은 JTBC 강세
종편도 점차 드라마 콘텐츠 경쟁력
지난 3일 진행된 제54회 백상예술대상의 수상 결과는 현 방송계의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TV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 대부분이 비지상파 콘텐츠 중에서 나왔으며, 지상파 프로그램의 수상 건이 극소수에 불과해 '지상파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했다. 물론, 방송계 경쟁 구도 변화는 수년 전부터 감지된 일이다. JTBC와 tvN을 위시한 비지상파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지상파 중심의 카르텔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 결과를 보면 비지상파 콘텐츠가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단순히 한 회 차 시상식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 현상이 현 방송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꺼내는 얘기다.
◆백상예술대상 지상파 전멸
백상예술대상은 영화와 TV 양대 부문의 우수작 및 우수자를 골라내는 대중문화 시상식이다. 영화 외에도 TV 부문을 별도로 수상 후보군에 포함한 것이 특이 사항이다. 방송사가 자사 콘텐츠와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말 시상식을 제외할 때, 국내 방송 전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는 백상예술대상이 유일하다. 몇몇 시상식이 방송 부문을 다루기도 하지만 권위와 전통, 스케일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백상예술대상을 따라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희소성 때문에 방송계 내에서도 백상예술대상 수상에 큰 의미를 두곤 한다.
그만큼 주목도와 화제성이 높은 행사인 만큼 백상예술대상의 수상 후보군과 수상 결과를 살펴보면 1년간 방송계의 큰 흐름도 알 수 있다. JTBC와 tvN의 약진이 두드러진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대상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에게 돌아갔다. 비지상파 콘텐츠나 이에 관여한 사람에게 대상을 수여한 케이스는 지난 51회 대상 수상자인 tvN 나영석 PD 이후 두 번째다. 나영석 PD 이전에는 비지상파를 통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 수상작이나 수상자가 된 예를 찾아볼 수가 없온도 차다.
김은숙 작가의 경우는 비지상파 tvN과의 첫 작업에서 큰 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나 관계자가 더 이상 지상파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잘 알려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올해 54회 백상예술대상의 TV 부문 수상 결과를 살펴보면 이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TV 부문 대상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이 가져갔으며, 드라마 작품상 역시 tvN '마더'에게 돌아갔다. 예능 작품상은 JTBC '효리네 민박'이, 연출상도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를 만든 김윤철 PD에게 돌아갔다.
연기상도 마찬가지다.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은 tvN '비밀의 숲'에 출연한 조승우가,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JTBC 드라마 '미스티'의 히로인 김남주가 거머쥐었다. 극본상 역시 tvN '비밀의 숲'을 집필한 이수연 작가에게 줬고, 남자 예능상도 JTBC '아는 형님'에 출연 중인 서장훈에게 수여했다. 여자 신인상 수상자는 tvN '마더'의 아역배우 허율이다. 남자 인기상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이, 남자 조연상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열연한 박호산이 받았다.
세부별로 따져 약 18개 부문에서 지상파는 4개의 상밖에 가져가지 못했다. 그것도 광고 경쟁이 아예 없는 공영방송 KBS1 TV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순례'가 예술상을, 또 다른 KBS1 TV 다큐멘터리 '땐뽀걸즈'가 작품상을 받은 정도 수준이다. 드라마나 예능에서는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출연한 양세종이 신인상을 받고, 개그우먼 송은이가 MBC '전지적 참견시점'으로 예능상을 받은 게 전부다.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이번 시상식에서 비지상파는 주요 부문을 모두 비지상파에 빼앗겼고 사실상 체면치레도 하지 못했다.
◆비지상파 콘텐츠 경쟁력 한층 더 강화
물론, 시청률 면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지상파 콘텐츠도 있다.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가 여전히 2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지난 3월 종영한 KBS2 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은 무려 40%대의 벽을 넘겨 화제가 됐다. SBS 예능 '정글의 법칙'도 10%대를 유지하면서 순항 중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콘텐츠가 더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MBC의 인기 주말 예능 '복면가왕'도 현재 10%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으며, 가장 화제성 높은 드라마가 편성된 주 중 오후 10시대 미니시리즈 존은 평균적으로 동시간대 1위 콘텐츠가 겨우 10%를 넘기는 수준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앞서 이 시간대는 20%를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해를 품은 달'처럼 4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도 '옛말'이 됐다. 반면, 비지상파는 인기 예능과 드라마가 평균적으로 6~10%대를 오가는 정도로 상승했다.
보도 부문 역시 JTBC로 인해 전체 경쟁 구도가 바뀌었다. 메인뉴스 시청률로 따져 부동의 1위인 KBS1 TV를 제외하면 JTBC가 강자다. 지상파를 제치고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주말의 경우는 SBS 뉴스 시청률이 더 높은 편이다. 그래서 월 단위 시청률 평균을 내면 JTBC와 SBS가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의 뉴스 소비, 또 화제성 등을 고려하면 JTBC가 SBS를 압도하는 경우가 더 많다. MBC는 이 경쟁 구도 안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나 예능의 경우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비지상파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JTBC가 '미스티'에 이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히트시키며 드라마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tvN도 노희경 작가의 '라이브'로 좋은 성적을 얻고 '나의 아저씨' 등 화제작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종영을 눈앞에 둔 '효리네 민박'과 고정팬층을 형성하고 순항 중인 '아는 형님'과 '한끼줍쇼' 역시 비지상파 JTBC의 효자 상품들이다. tvN의 경우 현재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들이 2%대를 겨우 넘나드는 등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윤식당2'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저력이 있어 잠재된 폭발력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다 채널A가 4%대 예능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를 내놓고, 예능과 드라마 부문 투자에 신경도 쓰지 않던 TV조선까지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를 5%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TV조선의 예처럼 일회성 성과를 두고 미래를 점칠 순 없는 일이다.
종합편성채널 출범 초기, 지상파는 비지상파와의 시청률 경쟁에 있어 아예 '비교 대상으로 올리지 말아달라'고 손사래를 치며 자만했다. 종종 비지상파에서 우수한 기록이 나와도 '1회에 불과할 뿐'이라며 애써 외면했고 콘텐츠 퀄리티와 심지어 홍보 방식까지 문제 삼으며 깎아내리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모양새가 달라졌다. SBS가 JTBC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세세한 부문 하나까지 잡아내 굳이 알리며 '적어도 여기에서는 우리가 이겼다'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MBC는 파업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보도와 시사 부문을 강화하고 드라마-예능은 위축시키고 있어 향후 화제성 높은 오락 프로그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2 TV 역시 오래된 인기 콘텐츠 외 경쟁력 이 돋보이는 신규 프로그램을 딱히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그램 방영 중에 들어가는 '중간 광고' 유치를 위해 드라마 등 콘텐츠 1회차를 굳이 2등분하는 꼼수까지 부리고 있는 게 지상파가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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