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환대출, 싼 이자의 함정

정구봉
정구봉

글로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기승을 부려 서민생활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보이스피싱 발생 초기에는 국세청이나 건강보험공단을 사칭해 과납한 세금을 환급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를 현금지급기로 유인한 다음,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넣게 한 후 불러주는 숫자 버튼을 누르도록 하여 대포계좌로 송금받는 수법과 자녀 납치를 빙자하여 몸값으로 돈을 송금받는 수법의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통장 확보가 어려워지자 2015년부터는 검찰(특히 서울중앙지검 사칭), 경찰청(특수수사과사이버수사대 사칭), 금융감독원을 번갈아 사칭하면서 "금융사기 사건에 연루되었으니 무죄임을 증명하려면 예금을 국가안전계좌(대포계좌)로 송금하라"고 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맡겨 검사를 받으라"고 속여 직접 만나 편취하거나 특정 장소에 보관하게 한 후 훔치는 범행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대부분은 영세한 자영업자, 저소득층 근로자, 대학생, 주부, 신용불량자 등인데 피해자들은 사업 자금이나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기존에 받은 고금리의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로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의 주 범행 대상이 되고 있다.

범인들은 '저금리 대환대출,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줌, 신용 관계없이 대출 가능함'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면서 대출을 해주겠다고 하며, 특정 도메인 주소를 불러주고 접속하게 한 후 앱을 설치하도록 한다. 이것은 보이스피싱 범인들이 악성코드를 피해자 휴대폰에 심는 과정이다.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정상적인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사기범과 연결되며, 이들은 정상적인 대출이 가능한 업체를 사칭하면서 범행을 시도하므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30분 지연 인출제도, 인출책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현금으로 인출하지 않고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한 다음 되팔아 대포통장으로 인출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전자지갑 등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돈을 요구하거나, 대출안내 전화로 선입금기존 대출금 상환수수료 등을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므로 단번에 전화를 끊어야 한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어떠한 명목으로든 돈을 찾아서 냉장고 등에 보관하게 하거나 해당 직원이 직접 수거하지 않음을 명심하고, 기존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에는 반드시 대부업체 방문 또는 대표 계좌로 송금하여 최근 많이 발생하는 저금리 대환대출 보이스피싱 수법에 속지 말아야 한다. 특히 특정 도메인 주소 또는 IP를 불러주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는 요구에는 절대로 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 돈을 송금하였다면 신속히 112 또는 해당 금융회사에 전화하여 지급정지를 요청하시길 당부드린다.


정구봉 (대구 서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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