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항 전 KBS아나운서 실장 '부처님의 밥맛' 출판

30년 불교 공부의 정수를 담았다

이규항(80) 전 KBS 아나운서 실장이 최근 출판한
이규항(80) 전 KBS 아나운서 실장이 최근 출판한 '부처님의 밥맛(동아시아)'을 설명하고 있다. 석민 선임기자

"수필형식을 빌린 잡문입니다. 여기서 암호와 수수께끼 같은 붓다의 '선(禪)'과 '중도'를 나름의 시각에서 풀어보려 했는데요. 골자는 매일 먹는 '밥맛'과 수학의 '0'입니다. 내친 김에 '0'속에 노자와 유교 사상도 담아봤습니다. 그동안 붓다의 깨달음에 대해 불가안팎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맛'과 '0'이란 키워드로 성인의 깨달음을 풀어보고자 한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라는 자긍심이 있습니다."

전설의 아나운서로 불리는 이규항(KBS 아나운서 실장 역임) 씨가 팔순을 맞아 '부처님의 밥맛(동아시아)'을 출판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씨는 1970년대 KBS대구방송총국의 최연소 방송부장을 지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전문 서적 '미국의 야구(원작: 조오니 벤치)'를 출간하기도 했다. 퇴직 후에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로 이적한 선동렬·이종범·이상훈 선수의 활약상을 중계했다.

"50대 초반 좋아하던 술 때문에 쓰러져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뒤,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살았구나!'는 안도감이 아닙니다. 제게는 병상이 깨달음의 보리수였던 셈이죠."

이 씨는 이후 20년간 일상생활과 독서, 여행 등에서 체득한 것들을 모아 2008년 '김 군에게 들려준 0의 행복'을 출판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문화관광부 문학부문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었고, 3년간 9쇄를 내놓았다. 일본에서도 주목을 받아 2011년 도쿄출판사에서 '0의 행복' 일본어판이 나왔다.

이규항(80) 전 KBS 아나운서 실장이 일타스님이 써 준
이규항(80) 전 KBS 아나운서 실장이 일타스님이 써 준 '해인삼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모든 물이 돌아가는 곳은 바다(海)이고, 모든 진리는 결과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印). 바다가 깨끗하고 고요할 때(사람의 마음이 깨끗하고 고요할 때) 만상은 도장이 찍히듯 분명히 비친다(海印).' 여기에서 합천 해인사의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명이다. 석민 선임기자

"'부처님의 밥맛'은 '0의 행복'의 전면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할 수가 없죠. 행복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지만 모두 기성복 같은 답변뿐입니다. 이 책은 부처님의 마음(禪)을 설명하는 유일한 책이고, 30년이란 긴 나이테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감히 '행복의 황금률이 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씨는 가톨릭 신자이다. 불교와의 인연은 대학 은사인 조지훈 선생과 파계사 주지였던 석성우 스님(현 불교TV 회주), 일타 스님으로 이어진다.

"조지훈 선생은 시론 강의 중 '예술·철학·종교에서 형식적인 것을 뺀 것이 선(禪) 이다'란 말씀으로 감동을 주셨고, 석성우 스님은 '불교가 무엇입니까?'란 질문의 '지금(今) 의 마음(心), 즉 염(念)' 이라는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일타스님은 제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해인사(海印寺)'의 의미를 알려주셨습니다."

이 씨는 스스로를 '돈키호테 불자'라고 부른다. 현 불교계의 입장에서 보면 파격적이란 뜻이다. 하지만 "부처님이 밥맛으로 '중도' '0'을 깨달았다는 주장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본인의 겸손과 달리 가벼운 잡문이 아니다. 오히려 수필 형식을 빌린 불교철학서 또는 인문학 서적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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