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대 외삼촌과 10대 조카가 사랑하는 사이? 친족 성폭행 무죄 판결 논란

재판부 "때리거나 위협한 사실이 없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이유
검찰, "가족들의 정서적 지지 없고, 2차 피해까지 입은 피해자 상황 고려 안해" 반발

삼촌 조카, 정말 사랑하는 사이였을까? 10대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외삼촌에게 최근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삼촌 조카, 정말 사랑하는 사이였을까? 10대 조카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외삼촌에게 최근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30대 외삼촌과 10대 조카는 정말 사랑하는 사이였을까? 아니면 친족 간 성폭행 사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재판부의 오판일까?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는 최근 조카(21)를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재판에 넘겨진 A(40)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6일 오후 10시쯤 대구 달성군 한 숙박업소에서 조카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앞서 2015년 1월 외갓집에서 지내던 조카와 차량 안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었다. 이후 조카는 한동안 외삼촌을 피했지만, 지난해 할머니 칠순잔치로 외갓집을 찾았다가 다시 외삼촌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당시 조카의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성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조카가 부모에게서 아무런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외삼촌인 A씨에게 호소했고, 그러자 A씨가 조카의 애정결핍상태를 이용해 호의를 베푼 후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고 한 것"이라며 "당시 조카는 바지 버클을 움켜잡고 외삼촌을 힘껏 밀어치는 등 강하게 반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조카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서로 사귀었다며 두 사람의 통화내역과 신용카드 영수증, 기념일마다 선물을 주고받은 내역, 연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앱의 대화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조카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외삼촌이 조카를 때리거나 위협한 사실이 없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카는 재판 과정에서 "외삼촌이 무서워서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가족들의 알게 되는 상황이 왜 무서웠던 것인지 수긍할만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죄 판결이 나자 사건을 담당했던 검ㆍ경 수사팀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팀 한 관계자는 "오랜 시간 학교 폭력에 노출돼 정서적으로 몹시 불안정한 피해자는 외삼촌이 긴급체포된 뒤 가족들의 비난 등 극심한 '2차 피해'에 시달렸다"며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온 피해자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재판부의 결정이 아쉽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소심에서 유·무죄 여부를 재차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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