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선거 후유증…TK의원 정치력 실종

적폐세력으로 몰리는 상황에 선거 치른 뒤 무기력감 커져

대구경북(TK) 정치권이 보수 정당의 최대 주주답지 않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감 상실에다 내부 갈등, 리더십 실종 등 혼란스러운 모습만 보인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정치환경 변화 이후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확산된 데다 지방선거 참패 후유증이 겹친 탓으로 보인다. 사법당국 판단을 기디려야 하는 처지의 의원이 여럿 되는 것도 TK 정치력 실종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에서 벗어나 정치권의 동반자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TK 정치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정치력을 복원하려면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부터 지난달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참패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TK 책임론'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선거가 끝나고 나선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등을 비꼬는 '보수당 인물평 30'이라는 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TK 정치권은 이 문서에서 '누나 팔아서 구미에 새 집 지었으나 다 털리고 알거지 된 사람'이라거나 '누나 팔고 곡학아세로 출세해 놓고 누나도 잃고 자기 자신도 잊어버린 사람' 등의 비아냥을 들었다.

아울러 모두가 TK를 적폐세력으로 모는 상황에서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TK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역할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역할을 감당할 선수는 보이지 않아 난감하다. 심지어 TK 내부에서조차 야당은 여당에게, 여당은 야당을 향해 역할을 해줄 것만 요구하는가 하면 같은 당끼리도 '지역구 이기주의' 운운하며 의견 충돌을 빚는 등 자중지란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선거구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당선된 강석호, 김광림, 추경호 의원 등은 정치적 위상에 금이 갔다. 또 최경환, 김재원, 이완영 의원은 사법당국의 판단을 기다리는 처지라 제 역할을 하기에 버거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유승민 의원은 '개혁 보수'라는 정치 실험에서 쓴맛을 보면서 중진으로서 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다.

지역 정치권 관게자는 "이러한 상황은 이른바 '보스'를 중심으로 모이는 '패거리 정치'를 해왔던 폐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TK 정치권은 그간 위에서 지시하면 행동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다 보니 새로운 리더가 나오지 못하고 일꾼만 생겨났다. 이제는 보스와 일꾼을 만들게 아니라 TK와 운명을 함께할 정치적 동반자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숱한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 중심'이란 자만에서 벗어나 스스로 지역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필요할 때는 힘을 합칠 수 있는 정치 풍토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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