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들이 타 도시 거주자들보다 무더위를 잘 견딘다는 게 사실일까? 적어도 대구보다 덜 더운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그렇다. 매년 여름이면 대구시민들이 내세우던 '더위부심(더위+자부심)'에 실제로 근거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에 게재된 '서울과 대구 지역 거주 성인 남성의 여름철 폭염 인지 및 체온조절성 행동 비교' 연구논문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성인 남성은 서울에 사는 성인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위에 따른 열 스트레스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서울과 대구에 5년 이상 거주한 성인 남성 200명씩을 상대로 WBGT(온도, 습도, 복사열, 기류 등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한 '더위지수')와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대구 사람들은 서울보다 WBGT가 높은 환경에서도 '덜 덥고, 덜 불쾌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가 진행된 지난해 8월 25일 서울의 WBGT 값은 24.8±1.3℃, 같은달 17일 대구는 26.3±0.9℃로 대구가 서울보다 평균 1.5℃ 더 높았다.
대구 사람들은 스스로 더위에 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강했다. 더위에 잘 견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대구는 25%였지만 서울은 17%에 그쳤다. 덥다고 느끼는 온도도 대구는 서울(29도)보다 1도 높았다. 때문에 옷을 갈아입거나 실내 온도를 낮추는 등 '체온조절성 행동'에도 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더운 날씨가 길고 잦은 대구에서 장기간 거주한 사람들은 생활습관이나 신진대사가 더위에 맞게 적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게재된 '기후요소가 온열질환자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11~2015년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긴 143일 동안 폭염을 겪었다. 하루 평균기온과 최고기온 평균 역시 전국에서 가장 높은 24.7도와 30.5도였다.
더위에 강한 대구 사람들은 온열질환을 겪는 사례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온열질환자는 28명으로,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적었다. 이는 전국 평균인 93명의 30% 수준이다.
연구에 참여한 손수영 경북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대구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환경적으로 열적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돼 더위에 견디는 능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위 적응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기초 연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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