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정권따라 바뀌는 공공기관장, 책임정치위해 대통령 직접 임명 바람직"

임기 10개월 남기고 물러나는 안양옥 장학재단 이사장 인터뷰
"공공기관 일관성 가지고 정책 추진하려면 자율성 부여해야"
후임 장학재단 이사장에 盧정부 정책실장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유력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공공기관은 정권의 소유물 아닙니다. 관(官)과 민(民)의 가교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 안양옥(61) 이사장이 임기 10개월을 남겨놓고 퇴임하기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 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달 교육부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는 이사장은 19일 매일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2년 2개월 재임 기간 동안의 소회를 털어 놨다.

그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6년간 지낸 뒤 지난 2016년 5월 임기 3년의 한국장학재단 제3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기관장이 교체되는 현실에 대해 그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정권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고, 단임제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것이 낫다"면서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밟으면서 '코드'에 맞는 인사를 낙점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자율성 부여에 대해 안 이사장은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공공기관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정책 집행기관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하의상달이 가능한 존재로 봐야한다"며 "공공기관이 일관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려면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장학재단 국정감사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의 공세를 떠올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안 이사장은 "당시 국감이 장학재단의 직무, 정책에 대한 내용은 빼 놓은 채 감사를 위한 감사로 일관했다. '전 정권 사람'이라고 해서 인신 공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몰아부치는 바람에 비애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안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 의해 임명됐지만 쫓기듯 나가고 싶지는 않다"며 "직접적인 사퇴 압박은 없었지만, 조직과 직원을 지켜주기 위해 퇴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 정부가 연속성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한다는 측면과 재단 직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장학재단의 역할에 대해 그는 "중산층이 현행 학자금 대출을 저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소득층(9~10분위)에 대해서도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한을 풀었으면 좋겠다"며 "선진국처럼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면 스스로 학비를 부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후임 장학재단 이사장에는 이정우(68) 경북대 명예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인 이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초 이사장 공모에 신청을 하고 면접을 봤다. 당시 4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추가 서류 제출을 하라고 연락을 받아 서 통과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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