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옷차림만큼이나 서민들의 지갑도 가볍게 하고 있다. 폭염 영향으로 최근 일부 야채와 과일 가격이 급등하며 장바구니 부담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9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의 한 대형마트. 주부 이모(53·수성구 만촌동) 씨는 과일코너에 진열된 수박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이 씨는 고민 끝에 구석에 놓인 6kg짜리 수박 한 통을 카트에 실었다.
이 씨가 산 수박의 가격은 2만1천900원. 진열돼 있던 수박 중 가장 작고 싼 물건이었다. 진열대 중앙에 놓인 9kg이 넘는 수박의 가격은 3만원에 육박했다. 이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9kg짜리 수박도 1만5천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수박 가격이 한 달 새 많이 올랐다"며 "가족들이 워낙 수박을 좋아해 사긴 샀지만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한달 사이 과일·채소류 물가가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현재 수박 1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6천42원이다. 전월 대비 57.1%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9천213원)과 비교해도 35.5%나 비싸다.
채소 중에서는 배추, 시금치 등 엽채류(잎을 먹는 채소) 가격이 폭등했다. aT에 따르면 배추는 포기 당 5천770원으로 한 달 새 86.2% 올랐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5.3% 비싸졌다.
시금치는 2배 이상 올랐다. 현재 시금치 가격은 1kg에 1만3천11원으로, 전달 대비 145%나 올랐다. 지난해 8월(3천512원)보다 84.1%나 오른 금액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의 전반적인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구지역 소비자 물가지수는 104.64(2015년 물가를 100으로 둔 수치)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중 부산(2.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신선채소의 경우 전월 대비 5.3%나 올랐다.
유통업계는 최근 농산물 가격 폭등은 폭염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대구본부 이장희 대리는 "올해는 평년보다 폭염이 일찍 닥치며 과일·채소류 수확이 1주일 정도 앞당겨져 물량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시금치, 배추 등 엽채류와 수박은 더위에 특히 취약해 가격이 전반적으로 20~30%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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