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골프숍에 들러 새 공을 준비하고 오늘 라운드에서 1개의 볼로 경기를 마칠 수 있도록 간절하게 원했다. 그러나 첫 홀부터 미처 풀리지 않은 근육으로 휘두른 드라이버는 악성 훅 구질을 만들면서 볼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전반을 마무리할 시점에 벌써 3개의 볼을 다 소비하고, 5번째 볼로 라운드를 이어가고 있었다. 동반자 플레이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곰곰이 회상했다. 그동안 잃어버린 볼의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티샷과 세컨샷을 하던 골퍼의 중얼거림은 모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익숙한 장면으로 회상된다. "통닭 반 마리 날아갔네", "생닭 한 마리 사라졌네" 등 쓴 농담으로 위로하며 라운딩을 이어간다.

필자는 이처럼 '로스트볼(분실볼)이 국내에서만 하루 얼마나 될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떠올려봤다. 국내 개장 골프장의 개수를 대략 500여 개로 추산하고, 하루 160여 명이 플레이를 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한 사람당 18홀 라운드 중 3개의 골프공을 분실한다면 하루 24만여 개가 된다. 이를 한 달로 추정하면 약 700만 개가 훌쩍 넘는다. 또 새 공을 개당 3천원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한 달에 약 2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물론 이 가운데 로스트볼 판매업체에서 공급한 공이 다수 섞여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100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다.
공중파나 케이블방송, 그리고 각종 골프잡지 등에서 수많은 골프볼 광고가 넘쳐난다. 물론 새 골프공들이다. 메이커마다 자사의 특성을 알리는 홍보(비거리, 정확도 등)가 골퍼들의 판단을 오히려 흐리게 한다. 골프볼 시장 수요가 골퍼들의 증가와 더불어 더욱 확대된다는 점은 당연지사다. 이에 편승해 로스트볼 판매업계도 소비자의 구매 의지를 앞세워 활성화되는 추세다. 로스트볼은 말 그대로 분실공을 다시 회수해 세탁이나 수선을 통해 골퍼들에게 판매하는 볼이다.

로스트볼은 가격이 싸다는 점을 제외하면 단점이 너무 많다. 얼마나 햇볕에 노출되었는지 또는 눈과 비를 맞고 분실된 장소에서 외롭게 얼마나 버텼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고급 피막을 여러 겹 입힌 골프공의 경우 자연 노출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단 구매 타당성을 고민해야만 한다. 그러나 로스트볼 중에서도 투피스볼이나 표면 광택이 있는 크리스탈 볼들은 이러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비기너나 초중급 골퍼들에게 권유할 만한 경제적 방법이기도 하다.
골프공의 구질이라고 일컫는 특징은 스핀양과 반발력으로 요약된다. 새 볼의 성능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 로스트볼은 분명 새 공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구매토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골퍼들도 자신의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새 볼을 사용해 라운딩할 것을 권하며, 부득이 스스로가 로스트볼을 양산하는 실력이면 양질의 로스트볼을 선택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볼이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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