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사자성어는 1990년 무렵 중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외교 방침으로 천명하면서 유명해졌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이다. 천안문 사태에다 소련의 해체로 대내외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직면한 중국의 활로를 찾기 위해 제기한 것이 바로 도광양회였다.
대외적으로 쓸데없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내부적으로는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건설에 집중한 것이다. 사회주의 대국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만 허용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또한 이때 나온 용어이다. 중국은 그렇게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한강의 기적'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를 거치면서 중국은 명실공히 강대국의 면모를 갖췄다.
그래도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의 명분을 앞세웠던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의 등장과 함께 대국굴기(大國崛起)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소작위도 주동작위(主動作爲)로 바뀌었다. 할 일은 거침없이 하겠다는 대국의 위세였다. 중화제국의 위대한 부활을 선포한 것이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이다.
그 와중에 우리가 혹독하게 겪었던 게 사드 보복의 횡포이다. 중국의 적나라한 실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중국에서 최근 들어 당 지도부와 지식인 일각에서 '도광양회론'을 다시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견주던 G2의 자만심이 무역 전쟁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반성론이다.
그러나 이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흐름 또한 도도하다. 인민일보는 "경쟁자가 얼굴에 침을 뱉어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며 발끈했다. 고위 관료 출신 연구원들도 29일 공개포럼에서 아프리카 진출의 저력과 통제 가능한 산업 시스템을 적시하며 "역사적 사상적 관점으로 보더라도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중국몽의 회오리 속에 상당한 시련과 모멸을 체험하고서도 아무런 반성도 대책도 없는 한국상(韓國想)이다. 집안 갈등과 혼란의 늪에 빠진 채 저마다의 아우성만 깊어가는 소국의 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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