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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청구고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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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고교 졸업장은 바꿀 수 없다.'

대구 중년 남성들의 인간관계는 고교 동창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늘 붙어 다니고 어울리다 보니 '동창생이 가족보다 가깝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동창회가 유달리 활성화된 이유에 대해서는 조갑제 기자가 쓴 '경북고의 한국경영'이라는 글이 유명하다. "대구는 사회적 유동성이 적어 농촌 문화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폐쇄적 친면(親面) 사회이니만큼 인간적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동창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끈끈한 응집력을 유지하는 이유다."

조갑제 씨가 1990년에 쓴 오래된 글이지만, 동창회에 죽고 사는 대구의 50, 60대 남성들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분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은 물론이고, 대구에서도 경북고 출신이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다. 대구 국회의원 상당수가 경북고 출신이었고, 민선 1, 2, 3대 대구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경북고 패권주의'에 대한 원성이 높았지만, 힘과 실력에서 달리니 맞설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고교 비평준화 세대(1958년생 이전)가 서서히 퇴장하면서 경북고의 파워는 예전 같지 않다.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대구고 출신이 급부상해 국세청장, 감사원 사무총장, 합참의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차지했다. 그 배경에는 정권 실세인 최경환 의원(수감 중)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요즘 대구에서는 청구고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 학교를 나왔기 때문인지, 청구고 출신이 전진 배치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대구시 인사에서 A씨는 공로연수 6개월을 남겨두고 국장 직무대리가 됐고, B계장은 외부기관에 파견 가면서도 승진했다. 시청 주변에서는 "청구고 출신들이 파격적으로 승진해도 놀랍지 않다. 이젠 더 승진시켜 주려 해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 시장의 고향인 안동 출신들도 강세다. 몇몇이 알게 모르게 혜택을 봤으니 김범일 전 시장 때의 '예천 3인방'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는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곤란하다. 학연·지연을 앞세우면 그 조직은 썩고 멍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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