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취업 정말 쉬운가요?" 일본에서 외국인으로서 취업한다는 것

大卒 취업률 일본 98%, 우리나라는 67% 맴돌아
한국과 일본의 교육·취업 시스템 및 사회구조의 차이
비자가 안 나오는 직종도 있어 잘 고려해야

일본 IT기업 관계자가 대구 모 대학에서 설명회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일본 IT기업 관계자가 대구 모 대학에서 설명회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한국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취업난'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본이 발표한 현지 대졸 취업률은 매년 약 98%를 기록하고 있어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취준생, 구직자들을 위한 일본 취업박람회, 일본계 기업설명회 등이 수시로 있어서 이들의 일본 취업을 서포트해주고 있다. 이렇게 일본 취업을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2005년 73.4%, 2009년 77.8%, 2011~2015년도 사이는 약 70~72%, 2017년에는 68.9%로 나타났다. 2009년도에 77.8%라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고 작년에는 68.9%까지 떨어졌으나 사실상 10명 중 7명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말이다.

진학률이 높은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의 '대학은 나와야지' 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이 결과, 상대적으로 대학생 수가 많아져서 대졸자 취업률은 더욱 낮게 측정되는 것이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 고졸자의 최근 대학 진학률은 약 52% 정도이다. 그래서 대졸자 취업률이 높게 나오는 경향도 있다. 이렇게 보면 취업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기본적으로 고졸이라도 취업이 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파견, 계약직 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분야를 정해서 깊게 파고들며 익히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정규직 취업이 우리나라보다는 힘들지 않다. 저출산 문제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겹쳐 있기도 하고 일본인들은 대체로 명문대를 나와야 성공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꼭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취업, 성공하는 삶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대학 졸업장은 따두면 좋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취업 활동 시 받는 스트레스가 우리나라에 비해서 적은 편이다.

일본의 취업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구직자들에게 다른 회사로 갈 생각 그만하고 자회사로 오라는 일종의 협박, 압력을 가하는 '오와하라'라는 말도 생긴 지 오래다. '오와하라'란 일본어의'終われハラスメント(일본어 '끝내라' + 영어 'harassment'의 합성어)' 의 준말로 취업 활동을 금지하며 괴롭힌다는 뜻이다. 단, 자사에서 합격통보를 구직자에게 내렸을 때 쓰는 말이다. 일본인들은 여러 회사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아 놓은 후 가고 싶은 회사를 정하는 식으로 취업을 한다.

한국인으로서 일본 현지 취업 시장은 어떨까. 일단 외국인과 내국인(일본인)의 대우는 다르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으며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으나 주위를 살펴보면 분명히 외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은 존재한다. 부동산에만 가 봐도 그렇다. 자력으로 집을 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외국인이라서 제약을 걸거나 보증인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입주 자체가 불가능한 아파트(현지인만 입주 가능)도 있다.

취업한다고 해도 홀로 집세와 교통비 등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실제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급여를 웬만큼 받지 않는 한 집세, 광열비, 생활비 등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없다고 한다. 보통 차후를 위해 여윳돈을 조금씩 저금하기도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버는 족족 그대로 나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반 회사원 정도의 월급으로는 약간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인데, 특히 사회초년생이라면 그만큼 급여가 적기에 한국을 떠나 온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급여가 괜찮게 나오는 상태가 아니라면 장기간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취업을 하였으나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현지 취업은 생각하지 않은 채 한국으로 돌아오는 한국인들도 상당수다.

여기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IT 계열을 제외하면 비자를 받아 내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취업 비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기술·인문지식·국제, 기술, 기능으로 나뉜다. 조리, 미용, 동물관리, 항공기 조종, 스포츠지도 등의 분야는 외국인이 비자를 받기 어렵다. 이 분야로는 일본인들만을 채용한다.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일본에 체류가 불가능하기에 현지 학교를 졸업한다고 한들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와 같은 특수 직종은 실무 경력을 쌓은 후 경력 이직을 고려해 봐야 한다.

외국인 입장에서 볼 때 일본 취업은 꿈 꿔온 만큼 녹록지 않다. 일본어 능력은 원어민과 비슷한 수준을 요하며, 낯선 땅에서 혼자서 생활비를 감당하고 가족, 지인 없이 생활하는 외로움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취업을 노리고 있다면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본 생활 경험자의 조언을 구하거나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본 후 도전하는 편이 좋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황주영 (yo1319@naver.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