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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의 시와 함께] 사막의 사랑/  권운지(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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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모하비사막을 지나갈 때 우리들의 사랑이 얼마나 추상적이었나를 깨달으리라. 몬순풍이 불어오는 멕시코만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선인장들을 간간히 보리라. 울지 말아라. 가시투성이 그대가 홀로 남아 사막의 주인이 된다면 기쁘지 않겠느냐. 저 농염의 햇살이 작은 풀잎의 그늘까지 파고들어 오금을 떼지 못하는 뿌리 곁에 누우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이느냐. 우리의 속삭임이 얼마나 분명하게 들리느냐. 그 어떤 뜨거움으로 불러도 껴안지 못하고 그리움 사무친 가시를 매단 채 우리의 사랑은 지금 사막의 중심을 걸어가고 있다.
―시집 '갈라파고스' (만인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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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토착민 모하비족에서 명칭이 유래된 모하비사막은 캘리포니아주 남동부를 중심으로 네바다주, 유타주, 애리조나주에 걸쳐 있는 고지대 사막이다. 모래폭풍, 돌기둥, 물구덩이, 협곡, 화구, 선인장 등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그 광활하고 뜨거운 사막을 가시투성이 그대가 맨발로 걸어가 보라. 그러면 "당신이 신발을 벗어 버리고 모래가 발바닥에 닿을 때 지구의 심장을 느낄 수 있다"는 모래사막 화가 아일레오 부부의 목소리에 공감하리라.

또한, 농염한 햇살에 오금조차 펴지 못하는 선인장이나 유카나무 곁에 누워 고독한 사막의 주인을 잠시 꿈꾼다면, 우리의 지나온 사랑과 삶이 얼마나 가냘프고 호사스러웠는지를 저절로 깨닫게 되리라. 그 순간,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유치환, 생명의 서)와 같이 인간 본연의 자아 추구와 생명에의 갈망으로 이어지리라. 그래서 우리 사랑은 "그리움 사무친 가시를 매단 채" 구도의 길 찾는 순례자처럼 사막 속으로 터덜터덜 낙타 걸음으로 가고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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