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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치(治) 서울 아파트값'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이쯤 되면 집을 잘 다스리는 치택(治宅)을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 국정 지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옛날에는 치산치수가 통치자가 심혈을 기울인 항목이었지만 요즘엔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국정 제1과제로 떠올랐다는 말이다.

대구에서 작은 기업을 하는 50대 후반의 A씨. 20여 년 동안 산업현장에서 땀 흘린 그는 최근 마음이 복잡미묘하다. 2년 전 서울에 사 놓은 아파트값이 5억원 오른 것은 반갑지만 기업인으로서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업을 해 2년 만에 5억원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그는 "공장 문을 닫고 서울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기업인들이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3.3㎡에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1주일에 1억원씩 오른 아파트들도 수두룩하다. 대다수 국민에게 서울 강남 아파트는 '넘사벽'이 됐다. 공평·공정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이러니하다.

청와대·내각 주요 인사들이 보유한 서울 아파트값이 전년보다 23~48%까지 상승했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의 서울 대치동 아파트는 13억7천만원에서 19억5천만원으로 42% 뛰었다. 홍종학 중소벤처부 장관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는 18억3천500만원에서 25억원으로 36% 올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서울 잠실동 아파트도 20억원에서 24억5천만원으로 23% 상승했다. 고위공직자, 국회의원들이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 3구 아파트를 애지중지한 까닭을 잘 알 수 있다.

문 정부 들어 여덟 번째 부동산 안정 대책이 발표됐다. 징벌적 세금폭탄에 방점이 찍혔다. 공급 대책이 없어 집값 잡기에 역부족이란 평가도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 안정에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문 정부의 지향점인 만큼 비정상인 서울 아파트값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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