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 못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북한의 주장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인식 수준이라면 오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기대할 것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 진전은커녕 북한의 주장을 추인하고 북한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역주행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더 고도화하는 능력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북한이 미래 핵을 폐기하는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은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의 입장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라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래 핵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했다는 아무런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다”고 했다. 야마노 유키오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NBC와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사실’을 전한다. NBC는 10일 미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미·북 정상회담 후 지난 3개월간 김정은 정권은 핵 개발 활동을 은폐하려는 노력을 강화했다”고 했다. VOA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언제든 미사일 발사와 엔진 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런 현재의 핵 활동이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래 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 능력을 포기했다는 소리 역시 사실과 다르다. 북한이 한 것이라고는 핵 실험장 1곳의 폭파와 미사일 실험장 해체뿐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 능력을 포기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사실과 다른 생각은 공상(空想)이거나 망상(妄想)이다. 국가지도자의 공상이나 망상은 국가와 국민을 위험으로 내몬다. 문 대통령은 사실에 근거해 냉철히 판단하는 훈련부터 다시 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