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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먹던 송편, 18세기에 추석 음식으로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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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수 교수 "알찬 곡식 바라며 빚은 소망의 떡"

조선 후기 문신 유득공(1748∼1807)이 서울 풍속을 기록한 '경도잡지'(京都雜志)를 보면 "정월 보름날 세운 볏가릿대를 풀어내려 솔잎을 깔아 찐 떡을 나이 수대로 노비들에게 먹인다"는 기록이 있다.

솔잎을 깔고 찐 떡은 바로 송편. 그런데 추석이 아닌 정월 보름날 송편을 빚어 먹었다는 사실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나경수 전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지난 5월 한국민속학회 학술지 '한국민속학'에 게재한 논문 '대표적인 세시절식(歲時節食)의 주술적 의미'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송편은 평소에도 먹는 음식이었으나 18세기에 비로소 추석 절식이 됐다.

나 교수는 이문건(1494∼1567)이 쓴 '묵재일기'(默齋日記)부터 정관해(1873∼1949)가 남긴 '관란재일기'(觀瀾齋日記)까지 문헌 약 15건을 분석했다.

조선 초기에는 송편을 먹은 날이 초파일·삼짇날·단오·한식·2월 초하루로 다양하게 기록됐다. 그러다 19세기 중반 홍석모(1781∼1857)가 저술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처음으로 추석에 송편을 만든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나 교수는 "조선시대에 송편은 사당이나 종묘에 제사를 모실 때 제병(祭餠)으로 만들어 진설했으며 평소에도 빚어 먹었던 듯하다"며 "병자호란 때 만주로 끌려간 사람이 집단으로 거주한 곳에서 송편이 고려병(高麗餠)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8세기 이후 어떤 이유로 송편이 추석과 연결됐는지는 그 까닭을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다만 송편을 만두나 경단, 도자기처럼 '빚는다'고 하는 데에 주목했다.

그는 "반죽을 해서 입체적 형태를 만드는 '빚다'는 말에는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지향이 있다"며 "그 지향이 무엇인지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나 교수는 농사가 시작되는 2월 초하루에 노비에게 송편을 먹였다면, 머슴이 일을 잘해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송편이 추석 음식이 되면서 풍년을 바라는 의도가 더욱 명확하게 발현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물을 넣어 만든 송편은 벼 모양을 닮았는데, 벼가 송편처럼 속이 꽉 차고 크게 영글기를 소망하며 빚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추석이라는 명절은 추수를 앞둔 축제적 성격이 짙다"며 "송편은 농사 대표 격인 벼농사 추수와 관련되면서 풍농 기원의 주술적 절식이 됐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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