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生어/ 진현석 지음/ 책들의 정원 펴냄

사자生어'. 사=사는 게 다 그렇지, 자=자존심 세우다 상처받아도, 生=생맥주 한 잔으로 털어내고, 어=어울려 살면 즐겁잖아.
배달의민족, 구글, 편강탕, 이마트, 야나두, 레모나, 카페 드롭탑 등의 인기 광고를 기획한 진현석 카피라이터의 사자성어 비틀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런 저런 사자성어를 시대에 맞게끔 재치있게 풀어내, 건배사에 활용해도 좋다. 몇몇 사자성어 풀이는 지은이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이 강력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대인에게 대리만족과 소확행을 주고자 사자성어를 철학적·사회적·실용적으로 작심하고 비틀어대고 있다. 언뜻 4행시나 말장난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지은이의 주관적 깨달음에 철학과 개념, 줏대들을 객관적으로 담아냈다.
지은이는 "카피라이터의 길을 걸어왔지만 그 길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오랜 고민 끝에 억지로 쓰는 글이 아닌,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감정을 움직이고 나아가 행동을 유발시키는 글을 쓰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광고회사를 박차고 나왔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사자성어를 좋았했던 지은이는 그 속에 담긴 함축된 뜻과 교훈에 감명받았다. 그는 사자성어에 우리 세대들이 살면서 겪고 느낀 생생한 이야기를 넣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뜻을 창출하려 했다. 때문에 널리 알려진 사자성어에 요즘 트렌드에 맞는 새 의미를 부여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1. 호구지책=호구는 지 스스로만을 책망한다. #2. 낭중지추=낭만이 소중한 이유는 지금을 추억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3. 철두철미=철든 삶이 두려운 게 아니라 철든 삶을 사는게 스스로에게 미안한 것이다. #4. 설상가상=설움의 상처는 가상의 상처라는 것을 잊지 말자. #5. 언감생심=언어에는 감정이 실리기에 생각없이 뱉으면 심각한 오해를 만든다.
지은이는 옛 사자성에 담긴 뜻 그대로 잘 풀어내고 전달한 후에 현 시대의 트렌드를 가미해 새로운 4자 풀이를 보너스로 선사한다. 인생에 주는 메시지에 따라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비 오는 거리에서 낭만을 외치다(호사다마, 자신만만, 자타공인 등) ▷제2장 너와 나의 거리를 재다(오매불망, 거두절미, 온고지신 등) ▷제3장 짧은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자(일취월장, 아전인수, 사상누각 등) ▷제4장 '힘내 대신 힘빼'라는 한마디(권모술수, 표리부동, 어부지리 등) ▷제5장 내 속도대로 걷자(살신성인, 감탄고토, 자가당착 등)
지은이는 프롤로그 글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어느 정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어찌 보면 타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며 "현재의 생활이야말로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워라밸'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워라밸'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지은이가 얻은 나름의 깨달음과 철학이 응축되어 있다. '나는 이렇게 살았고, 앞으로 이렇게 살 거야. 너는 어때'라며 독자들의 잔잔한 마음에 돌을 던진다. 28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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