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분위기 전환, '막간을 이용해서'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막간을 이용해서'라는 표현이 있다. 전·후반을 구분하는 경기 사이, 프로그램들 사이 틈새시간을 이용해서 뭔가를 시도할 때 우리는 '막간을 이용해서'라고 운을 뗀다. 심각하며 지루한 어떤 일을 잠시 접었을 때,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막간을 이용해서'라고 말을 시작하면 듣기에 기분이 상쾌하다. 무엇인가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막간을 이용해서 하는 말들은 대체로 좋은 정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일종의 분위기 대전환이다.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물론 원래의 표현대로 오페라나 연극 같은 공연예술 장르에서 막과 막 사이를 가리킬 때도 '막간'이라고 한다. 실제로 오페라를 구분하는 용어 중에 '막간극'(幕間劇)이 있는데, '인터메조'(intermezzo)라고도 한다. 메조 소프라노나 메조 포르테 등의 음악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어에서 메조란 절반을 뜻한다. 막과 막 사이를 인터메조라고 하며, 나아가 막간극, 또는 간주곡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막간극 인터메조는 역시 그 출발에서부터 분위기 전환이 목적이었다. 17, 18세기 길고 지루한 오페라가 주로 유행이었던 무렵,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막간극을 끼워 넣었다. 그런데 이 막간극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배경도 있다. 상큼하고 재미있는 막간극을 보기 위해 지루한 오페라를 견뎠다는 이야기다. 훗날 막간극은 '오페라 부파' 즉 희가극으로, 한 발 더 나아가 '오페레타', 그리고 '뮤지컬'로 발전해갔다.

막간극으로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내일 무대에 오른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 소개될 소극장 오페라로서, 페르골레지의 '마님이 된 하녀'가 그 대표작이다. 대담하고 영리한 하녀가 주인을 쥐락펴락하다가 마침내 마님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내용으로, 가벼우면서 풍자가 넘치는 매력이 있어 기대된다.

지난달 14일에 시작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절반이 넘어 지나갔다. 개막작 '돈 카를로'에 이어 창작오페라 '윤심덕, 사의 찬미'까지 전석 매진의 열기 속에 숨가쁘게 달렸다. 매번 무겁고 진지하기만 하면 탄력이 떨어지기 쉬우니, 실상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이의 어느 시간일 지도 모르겠다. 막간에 기쁨과 휴식을 주는 인터메조처럼 우리네 바쁜 일상 역시 오페라와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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